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을 서울 관악캠퍼스로 모은 ‘종합화’ 50주년을 맞은 서울대가 ‘경계를 넘어 세계로’라는 비전을 앞세워 내년부터 3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을 시작하는 등 혁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14일 서울 관악캠퍼스 음악대학 예술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79주년 개교기념식’에 참석해 “최첨단 분야에서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발굴하는 ‘SNU 그랜드 퀘스트 R&D 지원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초우수 연구 인력 유치를 확대하고 국가 전략 기술 혁신 선도 대학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년간 3000억 원 규모의 자체 R&D 투자를 이어가는 SNU 그랜드 퀘스트 R&D 지원 사업에 선정된 각 연구팀은 약 5억~1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서울대는 1946년 개교 이후 29년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연건동, 성북구 종암동, 노원구 공릉동, 동대문구 용두동, 중구 을지로, 경기 수원시 등에 각 단과대학이 분산된 형태로 운영돼왔다. 정부는 연립대학에 머무르던 서울대를 세계적 수준의 종합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1968년 ‘종합화 10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1975년 관악캠퍼스에서 입학식이 열린 이래 각 대학과 대학원이 순차적으로 한데 모여 지금 같은 형태의 종합대학을 이루게 됐다.
유 총장은 “종합화 이후 서울대는 분과 학문의 체계와 전문성이 갖춰지고 연구 역량의 집중, 선진 기술 수용과 고급 인력 양성을 통해 한국의 지식 생태계를 주도했다”면서 “유신체제와 제5공화국 시기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 헌신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계를 넘어 세계로’라는 비전을 제시한 유 총장은 “서울대는 지난해 3월 첨단융합학부를 설립하고 올해 3월 학부대학을 출범시키는 등 초학제적 교육체제를 구축하고 대형 융합 연구 지원 체계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있다”면서 “과감한 혁신을 통해 지역을 잇는 고등교육·연구 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제35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에 선정된 고(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고 박종철 열사,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에게 선정증서가 주어졌다. 또 ‘제18회 발전공로상’ 수상자인 박종수 JJ파크엔터프라이즈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콩힝에이전시 이내건 회장과 이홍자 대표에게도 상장이 수여됐다.
한편 전날에는 150만 달러(약 21억 원)를 기부한 재미 의사 조철영 씨에 대한 감사패 증정식이 열렸다.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조 씨는 지난해 별세한 배우자 고 최희경 박사를 추모하기 위해 ‘최희경 장학금’을 조성했다. 장학금은 서울대 약대 학생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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