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교통 환경 개선을 넘어 동북권 입지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면서 중랑천 변 재건축 예정 및 신축 대단지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지하도로 신설 구간에 속한 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강남구 등 7개 자치구의 거주 인구만 약 287만 명으로, 이번 사업은 개통 시 노원구 월계동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의 차량 통행 시간이 기존 5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완공 시 그동안 반복돼 온 상습 정체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침수에서도 벗어나게 돼 인근 지역의 거주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1단계 사업으로 장거리 지하터널이 완성되면 2단계로 기존 지상 도로를 순차적으로 철거해 중랑천과 연계한 수변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변공원의 크기는 서울 여의도 공원(22만 9000㎡)의 10배가 넘는 221만㎡에 달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착공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1단계 재정구간(영동대교 남단~대치우성사거리 교차로)의 공정률은 이달 기준 8.16%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5호선 장한평역 인근부터 영동대교까지의 민자구간 1공구 공정률도 6.66%다. 1단계 지하화 사업은 성북구 석관동 월릉나들목(IC)에서 동대문구 장안동 군자나들목(IC)과 강남구 청담·삼성나들목(IC)을 거쳐 3호선 학여울역 부근 대치나들목(IC)로 연결되는 구간이다. 중랑천과 한강 아래에 신설되는 소형차 전용 왕복 4차로 공사이며 개통 목표는 2029년이다. 총 길이 12.5㎞에 출입할 수 있는 나들목은 총 7개다. 완공 시 기존 동부간선도로의 교통량을 하루당 최대 4만 9000대까지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및 중랑천 수변공원 조성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1기 재임 시절인 2009년에 처음 발표했다. 오 시장은 2012년부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이후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는 이유를 들어 지하화 계획을 무산시키면서 15년 후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의 최대 수혜를 입는 지역으로는 동대문구가 꼽힌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민자사업 4개 구간 중 2·3·4공구 세 곳을 아우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랑천 변을 따라 이문·휘경동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의 가치가 재조명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2029년 입주 예정인 이문4구역은 이미 전용 84㎡ 신축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의 총 투자 금액이 올해 초 12억 원에서 현재 16억 원대로 올랐다. 다음달 입주 예정인 인근 이문3구역(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14억 9000만 원의 신고가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이문동 A중개업소 대표는 “동북권에서도 강남 접근성때문에 성동·광진구와 동대문구 간 아파트 가격 격차가 큰데 지난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착공 이후 교통 개선 심리가 커짐에 따라 키맞추기하며 거래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하도로가 뚫리면 도심업무지구(CBD) 뿐만 아니라 강남권역업무지구(GBD) 접근성이 좋아지는 덕에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호선 석계역과 광운대역 인근 노원·성북구 단지도 대표적인 수혜지 중 하나다. 노원구 월계 미성·미륭·삼호3차(미미삼)는 중랑천 변 3930가구의 대단지로 월릉나들목과 가까워 동부간선도로 출입이 수월하다. 전용면적 33~59㎡의 소형 주택형으로 이뤄져 있지만 용적률이 131%로 낮아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월계2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하며 재건축 윤곽이 잡혔고, 향후 재건축을 통해 6700가구의 대규모 주거복합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미미삼은 올해 들어서만 138건 넘게 거래되며 노원구 내 아파트 매매건수 1위를 기록 중이다. 미미삼 인근 B중개업소 대표는 “단지 규모에 비해 이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 매물이 적은데도 매수세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전용 59㎡ 매매 가격은 2023년 6억~7억 원 대 였으나 이달 6일 8억 78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과 함께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운대역세권 복합 개발도 진행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 인근 물류부지 15만㎥에 대규모 쇼핑몰과 주거복합단지를 조성하고 본사도 이전할 예정이다. 현산이 광운대역세권 주상복합 아파트로 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원아이파크’는 2028년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분양 당시 노원구 역사상 최고 분양가로 전용 84㎡ 분양가가 14억 원이 넘으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으나 현재 일부 펜트하우스 주택형을 제외하고 99%의 계약률을 기록중이다. 석계역 인근 C중개업소 대표는 “노원·성북구 일대는 낡은 아파트와 교통 불편으로 저평가받던 지역이지만 대단지 아파트가 오랜 시간 자리하며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다”며 “동부간선 지하도로 완공 시 주거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신축 대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10억 원 대에서 내집 마련을 원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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