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딥테크(Deep Tech) 연구소기업이 유럽 시장의 문을 열었다.
14일 부산연구개발특구본부에 따르면 연구소기업 SJTL(Sejin Technology Laboratory)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현지 지사를 설립하고 최근 넥센타이어 유럽법인과 초도 수주 기념식을 열었다.
이 행사는 기술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수요처와 직접 연결된 국내 연구소기업의 첫 해외 실증 모델로, 연구개발특구 제도가 실질적인 해외 매출 창출과 현지 고용 창출로 이어진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SJTL은 국립한국해양대학교로부터 이전받은 ‘리튬배터리 소화용 수성겔형 조성액’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딥테크 분야 연구소기업이다. 이 기술은 이차전지의 열폭주와 화재 전이를 차단하는 핵심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모회사인 세진이앤드티는 전착 도장 공정으로 성장한 중견 제조업체다.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전기차 시장 확대 속에서 기술 중심의 신성장동력을 모색해왔으며, 부산특구본부 육성사업을 계기로 국가 R&D 과제에 참여하면서 ‘연구소기업 제도’와 ‘딥테크 사업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 과정을 통해 부산특구본부의 기술 발굴·이전·연계 지원을 받아 탄생한 기업이 바로 SJTL이다. 특구정책과 민간 기술수요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사례로, 전통 제조업체가 기술기반 기업으로 전환한 대표 모델로 꼽힌다.
SJTL은 기존의 절연·방열·내화 전착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 대응 시스템, 타이어 금형용 친환경 이형제 등 첨단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번 폴란드 지사 설립은 글로벌 기술사업화 전략의 첫 관문이다.
SJTL은 초도 수주 기념식에서 넥센타이어 유럽법인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12월부터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폴란드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고용형 수출 체계를 구축해 기술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SJTL은 국내 대기업과 배터리 열폭주 방지 기술 시연회를 진행 중으로, 내년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안경포 넥센타이어 유럽법인장을 비롯해 노루페인트·만도·DSC 등 국내외 협력사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현지 인력 간담회와 파트너 네트워킹도 함께 열려, 연구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의 실질적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SJTL은 2026년부터 폴란드 현지 고용을 연 1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2027년까지 현지 생산·공급망을 기반으로 연매출 5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에는 미쉐린 등 유럽 주요 타이어 제조사와의 협력 확대, 배터리 화재 대응 소재의 유럽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특구재단의 ‘전략기술 연구성과 사업화 지원사업’의 결과물이다. 특구재단은 향후 기술출자기관인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컨설팅기관 DNH 등과 함께 R&D-사업화-글로벌 확산의 전주기 생태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김진웅 SJTL 대표이사는 “이번 폴란드 지사 설립은 기술 기반 제조기업으로의 전환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라며 “연구개발특구와 긴밀히 협력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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