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전력에 대한 정부의 수요예측과 관리가 터무니없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 전력 소비 증가율을 일부러 낮추기 위해 비현실적인 가정까지 적용했다고 하니 ‘통계 조작’을 의심케 할 정도다. 전력 예측이 왜곡되면 에너지 정책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13일 “정부의 데이터센터 전력 예측이 합리적 근거 없이 산정되고 산업통상부·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서는 실태 파악에도 허점을 드러냈다”며 “매년 데이터센터 신·증축이 예상되는데도 이를 수요 전망치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I 수요 급증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전력 공급 계획도 부정확했다. 산업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반영하면서 166개 센터의 사용량(279㎿)은 누락했고 중기 수요 산정에서는 695㎿의 신규 사업을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장기 수요예측의 경우 비현실적인 가정(2028년 신규 증가 0건)을 적용해 전력 소비 증가율을 인위적으로 낮췄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하면 AI 분야 전력 부족과 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래서는 ‘AI 3대 강국’은커녕 AI 시대에서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렵다. 주먹구구식 전력 예측과 관리는 ‘에너지 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설립 경쟁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간헐성 문제가 있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주요국들이 ‘원전 회귀’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소형모듈원전(SMR)을 AI 데이터센터 등에 우선 배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800억 달러), 메타(650억 달러)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 전용 데이터센터 신축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는데 그게 대책인가” “SMR 기술 개발이 아직 안 됐다” 등을 이유로 ‘탈원전 시즌2’ 행보를 보이는 듯한데 이는 단견(短見)이다. ‘AI 3대 강국’ ‘소버린 AI’를 실현하기 위해 객관적 전력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SMR을 포함한 원전 중심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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