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에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자 13일 국내 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도 크게 떨어졌으나 저가 매수세의 유입으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2% 내린 3584.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44% 하락해 3522.54까지 밀렸으나 이후 반등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외국인이 8212억 원, 기관이 448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매도 폭탄’을 날렸으나 개인이 1조 1689억 원을 순매수하며 추가 하락을 저지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다수가 장 초반 약세를 보였으나 일부 종목은 낙폭을 만회하거나 상승 전환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17% 내린 9만 3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30일 이후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때 9만 7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전장 대비 3.04% 하락한 41만 5000원에 장을 마치며 4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전환했다. 장중에는 40만 3000원까지 내리기도 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 폭은 일부 축소됐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4.70%), KB금융(105560)(1.06%)은 하락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0.14%),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0.59%), 두산에너빌리티(034020)(4.16%), HD현대중공업(329180)(0.39%), 현대차(005380)(0.69%)는 상승 마감했다. 고려아연(010130)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여파로 희소금속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며 19.48% 급등한 115만 3000원에 마감했다. 미국 빅테크와 가스터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두산에너빌리티(4.16%)도 강세를 보였다.
지난주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을 비판하며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뉴욕증시에서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양국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엔비디아가 4.89% 급락했고, 테슬라(-5.06%), 애플(-3.45%) 등 주요 기술주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다만 미중 양국이 한국시간 이날 새벽 정면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각각 내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자 하락분 일부를 되돌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 동안 주식시장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을 위험 요인 중 후순위로 취급해온 측면이 있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 충격이 체감 상으로 더 크게 다가온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성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잠깐의 나쁜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고 언급하며 유화적 태도로 전환하면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트레이드'로 인한 반발 매수세로 S&P500 선물과 나스닥 선물이 급등했고 국내 증시 역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의 주가 조정을 오히려 비중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실적이 양호한 주도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아직 주도주의 방향성이 꺾였다고 보기엔 단서가 부족하다. 한국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은 주가 조정 국면에서 싼 가격으로 비중을 늘려 대응하는 게 여전히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00포인트(0.12%) 오른 860.49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3.73포인트(1.60%) 하락한 845.76으로 출발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이 1006억 원, 기관이 133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168억 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다수가 상승 전환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4.09%),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4.40%), 에코프로(086520)(4.40%), 파마리서치(214450)(3.14%), 리가켐바이오(141080)(0.53%), HLB(028300)(6.35%) 등이 상승했다. 반면 알테오젠(196170)(-3.69%), 펩트론(087010)(-4.41%), 에이비엘바이오(298380)(-2.56%), 삼천당제약(000250)(-2.87%)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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