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충돌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맞서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대중 관세가 55%인 만큼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은 155%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동도 불확실해졌다. 13년 만에 미중 정상이 동시에 방한하는 경주 APEC에서 무역전쟁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한미 관세 협상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중 관세 충돌의 도화선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다. 중국은 9일 희토류 수출통제에 이어 퀄컴의 자동차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오토룩스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APEC에서 ‘빅딜’을 노린 중국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대응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러잖아도 기진맥진한 우리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의 악재에 직면했다. 희토류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수출제한까지 확대되면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산업이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는 한미 관세 협상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과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장단기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APEC을 앞둔 미중의 극단적 충돌로 이재명 대통령의 ‘가교론’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미중의 가교 역할을 자임했지만 중국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미국과 희토류로 미국의 기를 꺾으려는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에 하나 이 대통령의 가교론과 실용외교가 미국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비친다면 국익 극대화는커녕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이 더 장기화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토대로)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당장 APEC에서 국익에 기반한 전략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15일 열리는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통화 스와프, 투자 패키지 구성, 이익 배분 등 핵심 현안에서 이견을 좁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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