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남권의 대표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낸다. 2016년 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지 9년 만에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가 구성돼 정비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1만 가구 규모의 ‘미니신도시’급 단지가 조성돼 일대 주택시장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림픽선수기자촌 주민 재건축 추진 단체인 재건축추진단은 법적 요건인 동의율 50% 이상을 확보해 지난달 30일 관할 송파구청에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을 신청했다. 송파구청의 검토·인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추진위를 구성할 전망이다.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법정 단체인 추진위 구성을 계기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추진위가 현재 진행 중인 신통기획 절차는 상반기 1차 자문에 이어 연내 2차 자문 단계이다. 2차 자문을 통해 신통기획이 마무리되면 송파구청의 열람 공고, 주민 설명회, 구의회 의견 청취 등 정비계획 입안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돼 정비구역·정비계획이 결정된다. 이후 추진단은 주민 동의율 70% 이상이 필요한 조합 설립을 내년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 선수와 기자를 위한 숙소로 조성됐다. 건물의 부채꼴 형태 배치, 아파트 단지 최초의 지하주차장 도입 등 새로운 시도가 적용돼 국내 건축 역사에서 의미가 큰 단지로 평가된다. 아파트 소유주들은 건축물 노후화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해 왔고 2023년 2월 송파구청의 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비사업이 본격화됐다.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현재 용적률 137%, 최고 24층, 5540가구에서 용적률 270%, 최고 45층, 920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유상근 추진단장은 “주민 설문 조사 결과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의견이 많아 용적률을 3종 일반주거지역의 상한인 300%보다 낮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서울시가 8월 발표한 공공지원 규제 개선 정책이 처음 적용되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정비구역 지정 전 추진위 구성에 공공 행정절차가 걸려 있어 속도감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는 공공지원 정비사업이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등 공공이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자치구와 갈등이 없고 주민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사업장은 공공 지원 없는 추진위 구성을 전면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추진단은 9월 5일 서강석 송파구청장 면담을 통해 공공 지원 없는 추진위 구성을 승인받았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이 새로 준공되면 일대 주택가격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인근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가구)에 준하는 초대형 규모의 단지로 조성되는 데다 송파구의 입지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감에 몸값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30일 전용 면적 83㎡가 29억 3000만 원의 신고가로 매매가 이뤄졌다. 동일주택형이 지난해 12월 21~22억 원 수준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7개월 만에 7억 원가량 오른 셈이다. 올림픽선수기자촌 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로 매수 대기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며 “주로 30억 원대 이하 가격으로 매수 가능한 전용 83~84㎡ 이하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현재 매물이 잠겨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은 송파구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의 정비사업에도 촉진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림픽선수기자촌과 같은 해 안전진단을 통과해 함께 ‘올림픽 3대장’으로 불리는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두 단지도 아직 추진위 구성 전이고 정비계획·정비구역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 추진이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재건축 추진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단지 중에서 재건축 추진으로 기울어지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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