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난제들이 쌓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미중 정상회담은 불발될 가능성이 생기고 일본은 총리 선출에 난항을 겪으며 동북아 외교 지렛대의 힘이 약해지는 양상이다. 최근 정상 국가로서 보폭 확대에 나선 북한도 무력 도발과 한국을 배제한 북미 회담 추진으로 변수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 분수령이 될 APEC의 성공 함수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외교가에서는 지난주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에서 시진핑을 볼 이유가 없다”는 발언의 파장에 예의 주시했다. 대통령실은 “APEC에는 참석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미국은 11월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미중 갈등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이처럼 미중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의 처지도 난감해졌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 후 한국 조선소를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실체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황이다. 여기에는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려는 의도도 담겼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이 불발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조선소 방문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치기 방한까지 검토하는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상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중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을 밝힌 만큼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게 아니다”라며 “의장국인 우리로서는 미중이 부담 없이 회동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잘 조율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총리 선출도 돌발 변수다. 4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지만 연립 파트너 공명당의 연정 탈퇴로 총리 지명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 선출이 지연되면 이미 총리 사퇴를 선언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APEC에 대신 참석할 수밖에 없다. 특히 11월 초 도쿄에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외교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이 직면할 수도 있다.
마지막 변수는 북한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될 경우 한국의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 때문이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이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경우 APEC 전체가 안보 위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이번 회의가 현 정부 실용외교 성패를 가르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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