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을 중심으로 미국 내 ‘사무실 복귀(Return to Office·RTO)’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 도입했던 ‘어디서나 근무(Work from Anywhere·WFA)’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미국 CNBC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기존 WFA 제도를 전면 개정했다. 변경된 규정에 따르면 직원이 일주일 중 단 하루만 원격으로 일하더라도 ‘1주일 사용’으로 계산된다. 기존에 허용됐던 ‘연간 4주 원격근무 한도’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셈이다.
이번 정책에는 해외 체류 중 WFA 근무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회사 관계자는 “국가 간 근로는 법적·재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타국 구글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도 제한했다. 구글은 올여름부터 단계적으로 해당 제도 시행에 들어갔으며 최근 정식 시행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은 앞서 올해 4월 일부 부서에 “원격근무자는 향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통보했으며 사무실 반경 50마일(약 80㎞) 이내에 거주하면서 출근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자발적 퇴직(바이아웃)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당시 회사는 “대면 협업은 혁신과 복잡한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개정은 기존 ‘하이브리드 근무제’(주 3일 출근, 주 2일 재택)와는 별도인 사안이다.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본사나 자택이 아닌 타 도시나 해외 등에서 일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다만 일부 데이터센터·현장 중심 조직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구글처럼 인력을 회사로 다시 불러들이는 기조는 미국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애플과 메타는 이미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하고 직원의 사원증(배지) 출입 기록을 근태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내년 2월부터 직원들에게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는 새 근무 정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포춘 100대 기업 가운데 완전 출근을 의무화한 곳의 비율은 2023년 5%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연말에는 약 30%의 기업이 주 5일 출근제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유연 근무’를 주요 인사 전략으로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팬데믹 당시 도입한 ‘어디서나 생활하고 일하기(Live and Work Anywhere)’ 정책을 유지 중이며, 스포티파이와 핀터레스트도 직원과 관리자의 합의에 따라 근무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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