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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분야의 탈탄소화와 조선업의 대응 [민창욱 변호사의 ESG 길라잡이]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해상 운송은 전 세계 상품 교역의 80%를 차지하는 국제 무역의 주요 기반이다.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에 달한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의 92.8%가 기존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평균 선령은 13년 수준이다. 선박의 평균 수명이 약 25년임을 감안하면, 향후 10여 년 동안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해운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7%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해운 분야에 대한 탈탄소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전략’(IMO GHG Strategy 2023)을 채택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을 선언했고, 2025년 4월에는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발표해 대형 선박의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에 탄소부과금(Levy)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의 선박 에너지 효율 규제(EEDI, EEXI, CII)에 더해, 탄소 배출에 비용을 매겨 감축을 유도하는 시장 기반 조치(Market-Based Measure)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EU는 2024년부터 해운 부문을 배출권거래제(EU ETS)에 편입했고, 2025년 1월부터는 선박 연료의 탄소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별도의 규제(FuelEU Maritime)도 시행했다.

국제사회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수주량에서 LNG, 메탄, 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 추진선의 비중은 2020년 28%에서 2024년 50%까지 상승했다. 연료 전환 이외에도 선체 저항 감소, 추진 시스템 효율 개선, 운항 경로 최적화, 감속 등 기술적・운항적 조치를 통한 감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선박은 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연료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주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조선업의 약진이다. OECD의 분석에 의하면, 2024년 9월 기준 친환경 연료 선박 제조 비중은 중국 47%, 한국 42%, 유럽 6%, 일본 3%이다. 과거 중국은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저가 선박 위주로 수주했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을 갖춰 컨테이너선이나 가스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해 왔으며, 그 결과 세계 조선시장에서 점유율은 1999년 5% 미만에서 2023년 50% 이상으로 확대됐다. 특히 중국은 2023년 ‘조선업 녹색발전 행동개요(2024-2030)’를 발표하면서 친환경 선박의 설계, 연구・개발, 건조・수리뿐만 아니라 탄소발자국 관리, 친환경 기자재 공급망 구축, 국제 협력 강화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조선업의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의 조선업 성장을 단순한 경제적 리스크가 아닌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군-민 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에 따라 국영 조선소(CSSC)에서 상업용 선박과 최첨단 군함을 병행하여 건조하고 있으며, 중국의 선박 건조 역량 강화는 군사력 증강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4년 4월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중국의 조선・해운・물류 부문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고, 2025년 4월 중국 정부의 보조금, 국영기업 우대, 금융지원 등 비시장적 조치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서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 의회도 같은 달 초당적 법안인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재발의하여 외국 선사가 중국의 국영 조선소에서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발주 비율에 따라 벌칙세(penalty tax)를 추가로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즉, 미국은 현재의 중국 선박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될 선박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통상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조선시장에 미칠 실제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미・중 간 산업 패권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조선 산업은 축적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주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유럽의 선주들은 연료 전환과 ESG 경영을 발주 조건으로 강화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탈탄소화 규제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친환경 연료 기술 개발,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강화, 투명한 탄소정보 공개 등은 앞으로의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조선・해운업계, 금융기관이 협력해 친환경 선박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한다면, 한국은 기술 경쟁력에 더해 지속가능성 경쟁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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