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미디어·인공지능(AI) 정책 추진을 위한 조직 개편이 확정됐다. 이달 1일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폐지되고 새로운 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종전과 달리 미디어라는 명칭이 추가됐는데,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던 유료 방송 등 미디어 진흥 기능을 넘겨받아 방송·미디어 분야 정책과 규제 기능이 통합됐다. 위원도 기존 5인의 상임위원 체제에서 3인의 상임위원과 4인의 비상임위원 총 7인 체제로 변경된다. 위원장과 비상임위원 1명은 대통령,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1명은 여당,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2명은 야당 추천 인사로 꾸려진다. 여권이 4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하는 셈이다.
방송 미디어 조직의 17년 만의 변화로 인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방미통위 출범은 기존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분산됐던 유료 방송 등 미디어 진흥·규제 기능을 방미통위로 통합,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일관되고 통합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통신·방송 정책의 분리로 사실상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체제로 회귀하면서 통신·방송 융합 정책 추진에 애로가 예상된다. 또한 방미통위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련 기능이 제외되면서 이에 대한 진흥과 규제가 공백 상태다. 또 방미통위가 고질적인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미디어·콘텐츠·플랫폼 규제 부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
한편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과기정통부가 부총리급으로 승격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총리직을 겸임하며 과학기술·인공지능(AI) 정책 분야의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한다. 부총리 직속으로 과학기술·AI 정책협력관이 신설되고 과학기술·AI 관계장관회의도 설치된다. AI 전담 조직도 기존 국(局) 수준의 AI 기반정책관이 ‘AI 정책실’로 격상된다.
이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국가 과학기술·AI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과 AI 정책실 신설을 통해 국가 AI 혁신을 주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 부총리급 위상에 걸맞은 연구개발(R&D) 예산 심의 및 총괄·조정 권한 부여 여부, 대통령 소속 국가AI전략위원회의 총괄·조정 기능과의 관계 설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총괄·조정 기능의 비대화에 따른 문제를 유의해야 한다. AI와 관련해서 보면 부총리로서 과기정통부, 부처 조정 기구로서 국무총리실, 최상위 조정 기구로서 대통령실, 여기에다 대통령 소속 국가AI전략위원회까지 중첩적으로 구성돼 있다.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옥상옥’의 비효율이 예상된다.
이번 거버넌스 개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양 부처 모두 진흥 기능과 규제 기능이 통합됐다는 것이다. 방미통위는 기존의 미디어 규제 기능에 과기정통부의 미디어 진흥 기능이 통합됐고, 과기정통부는 AI 진흥 기능과 동시에 AI 기본법상 규제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문제는 진흥보다는 규제가 우위를 차지하는 행정조직의 관성 때문에 진흥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유의하면서 새 거버넌스가 AI 3대 강국 도약, 미디어 규제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라는 목표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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