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후임 회장에게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을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11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김 씨는 2021년 4월, 12기 회장으로 선임된 A 씨에게 은행거래용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 원본을 넘기지 않아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김 씨가 인감을 반환하지 않아 새 회장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며 업무방해 의사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씨의 행위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소극적 행위에 불과하며 업무방해죄에서 요구하는 '위력에 의한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단순히 부작위를 하거나 소극적 행위를 한 경우 적극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김 씨가 인감을 사용해 회장 행세를 하거나 회장의 업무 수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하지 않았고 실제로 새 회장은 인감 없이도 필요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단순히 인감과 사업자등록증을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적극적 행위와 동일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이 업무방해죄의 위력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