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마차도를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 체제를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로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차도는 1901년 첫 시상 이후 106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평화 증진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000만 원)와 함께 노벨의 초상과 ‘인류의 평화와 우애를 위해(Pro pace et fraternitate gentium)’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진 18캐럿 금메달을 받는다.
올해 노벨상 발표는 지난 6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공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화학상·문학상 순서로 이어졌으며 오는 13일 경제학상 발표로 마무리된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첫해 노벨평화상 수상' 꿈은 결국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세계 각지의 분쟁을 중재했다”며 수상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외신들은 애초부터 가능성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알프레드 노벨의 평화상 이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노벨은 1895년 유언장에서 “국가 간의 우애 증진, 상비군 폐지 또는 감축, 평화회의 개최와 증진을 위해 가장 많은 또는 훌륭한 일을 한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라는 뜻을 남겼다.
이에 따라 노벨위원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협력과 평화 질서를 중시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며 기존 질서를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로이터통신 역시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노벨이 강조한 ‘평화적 공조’와는 거리가 멀다”며 “수상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자 발표 전날인 9일에도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다. 나는 8개의 전쟁을 멈췄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로 내세웠다. 그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이란, 파키스탄-인도 등 여러 무력 충돌을 자신이 중재했다고 주장했고, 최근 발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 평화구상 1단계 합의도 자신의 성과로 포함시켰다.
또한 2009년 핵확산 방지 및 중동 평화 노력으로 취임 첫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겨냥해 “나라를 망친 사람에게 상을 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장에는 논란이 많다. 그가 “끝냈다”고 주장한 이란-이스라엘 분쟁은 미군의 무력 개입이 결정적이었으며 인도-파키스탄 충돌의 경우 인도 측은 트럼프의 중재 역할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내 여론도 냉담하다. 워싱턴포스트(WP)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6%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정적이었다. “수상 자격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그쳤다.
또한 올해 수상자 추천 마감일은 1월 31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불과 열흘 뒤였다. 이 때문에 그가 실제 후보로 평가받기에는 시기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에도 노벨평화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