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손흥민(33·LA FC)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축구 역사에 아로새겼다. 손흥민은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한국 남자 선수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새롭게 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최강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5로 패했다.
한국은 스리백을 기반으로 수비를 두텁게 한 후 역습을 통해 브라질 수비진을 공략하려 했다. 하지만 후반 13분 이스테방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모든 계획이 무너졌다. 선제골 이후 급격하게 수비진이 흔들린 한국은 이후 전반 41분 호드리구에게 추가 골을 얻어 맞았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독일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드바흐) 등을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이후 이스테방과 호드리구,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연속 골을 헌납하며 안방에서 5점 차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브라질과의 상대 전적에서 1승 8패의 일방적인 열세를 이어가게 됐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날 경기장에 모인 6만 3000여 명의 축구팬들은 경기 결과보다 ‘캡틴’ 손흥민이 써낸 새로운 역사를 마주한 것에 더 열광했다.
손흥민은 이날 홍명보호의 공격을 이끄는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17분 오현규(헹크)와 교체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가벼운 몸놀림으로 브라질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2010년 12월 시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해 15년 동안 한국 축구 최고 스타로 활약해 온 손흥민은 이날 137번째로 그라운드를 밟아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홍 감독을 1경기 차로 제치고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역대 최다 출전 ‘단독 1위’에 올랐다.
3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손흥민은 국가대표에서 은퇴만 하지 않는다면 후배 선수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출전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날 경기에서는 손흥민뿐 아니라 그의 동갑내기 동료 이재성(마인츠)도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2015년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던 이재성은 이날 경기 출전으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하게 됐다. 한국 선수로는 16번째 기록이다.
두 선수의 대기록 달성에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7분이 되자 전광판에는 ‘7번’ 손흥민의 기록을 조명하는 메시지가 흘러 나왔고 팬들은 손흥민을 향해 큰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전반 중반에는 이재성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브라질과의 경기를 마친 한국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파라과이와 10월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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