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도내 인공지능(AI) 사업 유치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운다. SK(034730)그룹과 오픈AI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약속한 가운데 전남도가 AI 추진단을 중심으로 사업 유치에 속도를 내면서 명실상부한 ‘AI 메카’로 거듭날 지 주목된다.
9일 정부와 데이터센터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남도는 이달 중 AI 추진단을 신설한다. AI 추진단은 태스크포스(TF) 형태로 만들어지며 AI 정책팀과 AI 사업팀 등 2개 팀으로 구성된다. 정책팀은 도 차원의 AI 관련 정책 설계를 담당한다. 사업팀은 전남 권역 내 산업계 AI 사업 유치에 집중한다.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도 사업팀이 맡는다. 전남도는 TF 출범 후 행정안전부와 논의해 정식 직제 개편 및 인력 확충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남도가 AI 관련 전담 조직을 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전남도의 AI 사업은 신성장산업과 등 지역 산업 육성 담당 조직에 속한 일부 팀 소관이었다. 현 체제로는 AI 사업에 집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전부터 AI 사업을 도의 미래 먹거리로 생각해 이를 전담할 조직의 필요성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AI 추진단은 당장 오픈AI의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AI 추진단은 AI 산업 생태계 조성과 AI 인재 양성 전략으로 오픈AI 사업 유치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국내 AI 데이터센터 설립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픈AI가 SK그룹과 전남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오픈AI와 SK텔레콤(017670)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남도 내부에선 오픈AI 데이터센터의 최적 입지(立地)로 해남군에 들어선 ‘솔라시도’를 낙점지은 상태다. 전남도와 해남군은 해남군 산이면 160만 ㎡(약 50만 평) 부지에 1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를 조성하는 중인데 이 사업의 이름이 솔라시도다.
현재 도내 데이터센터 개발 인허가가 확보된 곳은 장성군과 해남군이다. 장성군에는 이미 범용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로 결정됐다. 반면 해남군 데이터센터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남권 데이터센터의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는 상주 인력 확보가 꼽힌다.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관제하고 운용하는 전문 직원이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수전용량 10메가와트(㎿) 수준의 소규모 데이터센터엔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관제·운용할 최소 30여 명의 상주 인원이 필요하다. 270㎿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에는 120명을 웃도는 인력을 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 인력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 뚜렷한 만큼 수도권보다 더 매력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인재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보상과 성장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관계 부처와 기업이 합심해 전문 인력의 연구·개발 기회를 지원하고 이들이 스스로 지역에 남길 원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사내 대학원 설립, 연구 보조금 지원 등의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AI 산업 생태계 조성, 글로벌 기업 유치, AI 인재 양성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교통·주거·의료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국제학교 건립 등 글로벌 친화 환경을 조성해 외국 전문가와 글로벌 인재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힘쓸 방침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대한민국이 세계적 AI 데이터센터 중심지이자 AI수도가 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와 연계, 최상의 여건으로 뒷받침하겠다”며 “특히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계기로 전라도가 부흥을 넘어 세계적인 AI 선도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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