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사업에 82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비전이 구체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영호남에 AI 데이터센터(AIDC)를 동시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SK를 넘어 한국 경제의 AI 혁명에 날개를 달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세계 최고의 AI 경쟁력을 보유한 오픈AI와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글로벌 1위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이 들어가는 100㎿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착공한 지 4개월 만이다. SK는 이에 따라 동남권과 서남권을 잇는 ‘AI 벨트’를 구축해 한국의 AI 대전환에 기본 인프라를 맡게 됐다.
SK와 글로벌 빅테크 간 잇따른 ‘AI DC 동맹’은 최 회장이 AI를 경영 전략의 중심에 놓으면서 일궈낸 성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등에 8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며 “AI 시대를 선도하려면 인프라 투자가 필수인데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서비스 개발까지 가능한 글로벌 기업은 SK뿐”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AI 혁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SK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칩 공급부터 전력 확보 등 에너지 솔루션 부문, AI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까지 AI 산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000660)는 HBM 등 AI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할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096770)은 액화천연가스(LNG),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소형모듈형원전(SMR) 기술을 두루 갖추며 AI의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과 SK브로드밴드, SK AX는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 경험을 발판 삼아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시공 경험을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 기업과 돈독한 네트워크는 SK그룹의 AI 대전환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대만 TSMC 간 ‘AI 칩 동맹’은 글로벌 AI 혁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고 SK텔레콤은 소프트뱅크·도이치텔레콤 등과 함께 글로벌 통신사 연합인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ATT)’를 창설해 신규 AI 서비스를 개발해 고도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의 주요 주주로서 SMR 기술 확보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거미줄 같은 글로벌 인맥을 가동해 그룹의 AI 사업 확대에 디딤돌을 놓고 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앤디 제시 아마존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웨이저자 TSMC 회장에 MS와 테라파워를 설립한 빌 게이츠 등과 끈끈한 신뢰 관계를 맺고 AI의 미래를 협의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CEO 서밋’과 11월 초 개최되는 ‘SK AI 서밋 2025’에서 최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을 잇따라 만나 AI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가치 창출형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섬유에서 시작한 SK가 석유화학과 이동통신·반도체에 이어 AI를 통해 그룹의 네 번째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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