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팸 방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이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됐지만 시행령과 예산 미비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폐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등으로 부처가 혼란을 겪으며 위원회가 열리지 못해 법 집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9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송자격인증을 완료한 문자재판매사는 691개로 집계됐다. 전송자격인증 대상 기업(1200여 개) 중 절반 수준인 57.5%만 인증을 마친 셈이다.
전송자격인증제는 대량 문자 발송을 하려는 문자재판매사업자가 보안·운영 기준을 갖췄는지 심사를 거쳐 인증을 받는 제도다. 지난해 6월 문자재판매사업자가 불법 스팸을 발송하거나 발신번호를 위조·변조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이용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율규제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식 리딩방’ 가입 권유 등 불법 스팸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며 올해 3월 전송자격인증제 법정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문제는 법 시행 주체인 방통위가 마비되면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법 집행의 근거 규정인 시행령과 관련 예산 모두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불법 스팸으로 시작되는 스미싱·보이스피싱 피해는 폭증하고 있다. 경찰청이 김장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스미싱 피해 규모는 2020년 822건(피해액 11억 원)에서 2021년 1336건(피해액 50억 원), 2022년 799건(피해액 41억 원), 2023년 1673건(피해액 144억 원), 2024년 4396건(피해액 546억 원), 2025년 8월까지 2098건으로 나타났다.
스팸문자 신고 건수는 연도별로 2020년 2160만 건, 2021년 1908만 건, 2022년 2406만 건, 2023년 2억8572만 건, 2024년 3억6148만 건, 2025년 8월 기준 3676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팸 신고가 특정 문자중계사에 집중되는 현상도 강화됐다. 2025년 8월 기준 문자중계사별 신고 건수는 스탠다드네트웍스가 1074만 건으로 66.9%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케이피모바일 154만 건(9.6%), KT 146만 건(9.1%), 다우기술 42만 건(2.4%) LGU+ 40만 건(2.4%) 등 순으로 많았다.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고의적으로 방통위를 마비시키는 동안에도 불법 스팸과 스미싱·보이스 피싱으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민주당은 정략적 행태로 국민 고통을 방치한 점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이제라도 불법 스팸 방지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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