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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외쳤지만…수도권→비수도권 역주행 '28%' 급증

산단공, 2013~2022년 제조입지 이동 분석

3월 1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에서 공장 관계자가 알루미늄을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5년간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제조업체 수는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제조업체 수가 27.6%나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재정과 성장을 연계한 유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달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 간 제조업체 입지 이동의 결정 요인과 성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13~2022년 10년간 국내 제조업체들의 이전 현황을 추적한 것으로 연구진은 2013~2017년을 전반기로, 2018~2022년을 후반기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 동안 입지를 옮긴 제조업체 수는 누적 2만 2770개사로 전체 제조업체 중 연평균 0.57%의 업체가 입지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제조업체 입지 이전에 따른 종사자 이동 규모는 총 29만 130명으로 연평균 0.76%의 제조업 종사자가 이동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오히려 심화됐다는 점이다. 연구진이 입지 이동 유형을 △수도권에서 비수도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광역지자체 간 이동 △광역지자체 내 이동 등 4가지로 세분화한 결과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업체 수는 전반기 434개사에서 후반기 428개사로 1.4% 감소했다. 반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입지를 옮긴 제조업체 수는 전반기 163개사에서 후반기 208개사로 27.6% 급증했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지방 이전을 꾀한 제조업체들 역시 수도권과 가장 가까운 충청권을 ‘레드 라인’으로 삼는 양상이 포착됐다. 2013~2022년 10년간 수도권 유출 제조업체의 비수도권 이동은 충청권 유입이 70%에 육박한 것이다. 충청권을 제외한 비수도권으로의 유입 비중은 호남권 9.2%, 강원·제주권 7.9%, 대구·경북권 7.6% 등 모두 한 자릿 수에 그쳤다.

연구진은 “수도권과 인접 지역이면서 지역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충청권 간 이동이 가장 활발했다”며 “수도권 산업 기능의 지방 분산 효과가 충청권 경계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기존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구조는 수도권 및 충청권, 그 외 비수도권 간 대립 구조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산업 기능 분산 효과를 다양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수도권 지역 환경 특성을 상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 부지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체가 입지를 옮길 경우 기대되는 고용 창출 효과도 ‘반짝 효과’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입지를 이동한 업체와 업종·소재지·규모 등이 유사한 비이동 사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설정해 분석한 결과 이동 집단의 고용 증가 효과는 이동 초기에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게 관찰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동 집단의 고용 증가 효과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2022년 기간 전국의 입지 이동 업체들의 경우 사업체를 옮긴 해에는 비이동 집단에 비해 고용 증가율이 약 0.23%포인트 상승했고 이동 후 1년 차에도 0.13%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동 2~3년차부터는 두 집단 간 고용 증가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입지 이동 제조기업의 고용 성장 효과는 단기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입지 이전이 지속가능한 지역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조업체가 입지 이동 초기에는 투자 및 설비 구축으로 고용을 단기적으로 확대하지만 시간을 거치며 자동화 설비 확장에 따른 자본과 노동의 대체효과 증대, 제조인력 확보의 어려움 심화 등이 맞물려 지속적인 고용 확대와 같은 긍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기업의 입지 이전에서 비롯되는 경영 환경 개선이 장기적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방투자촉진보조금(지투보조금) 지원 제도를 개편하는 신속·민첩·유연한 ‘애자일형’ 산업인력수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지방 이전에 따른 지투보조금 수혜 기업은 대부분 충청, 강원권 등 근거리 이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지역별 균형 발전 수준과 기업 규모별로 지원금 비율을 차등하는 현행 제도는 비수도권 열위 지역의 입지 유인을 보완하는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발 제조기업의 지방 이전 및 신·증설을 포괄하는 차원을 넘어 원거리 입지 이동에 더 우호적인 방식으로 지투보조금 지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현재 지투보조금은 균형발전 수준과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만 보조금 지원 비율을 차등하고 있는데 기존 사업장에서 이전 사업장까지의 거리를 차등해 보조금 지원 비율을 가산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제조업 입지 이전과 지방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 대상 보조금 및 세제 지원의 금전적 보상 체계와 더불어 성장을 위한 다양한 기업 지원 사업이 연계된 패키지형 유인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이나 산업단지 별로 가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 지원 사업을 메뉴판으로 엮어 지방 이전 및 신, 증설 기업 대상의 지역맞춤형 우대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연구진은 “지방 이전 기업들이 산업인력 수요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인력수급 분석, 산단형 퀵스타트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인력의 인재화 추진 등을 포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업종, 투자 규모에 따른 지방투자 결정 시 복잡한 보조금 혜택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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