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2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권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등 혐의다. 김 전 부장검사에게는 공천 등을 대가로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 그림을 건넨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이날 권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별검사 제도 도입 이래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의원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대 대선에서 교인의 표와 조직, 재정 등을 제공해주는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 교단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등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해당 혐의와 관련, 권 의원에게 재산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이를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는 향후 유죄 선고 때 몰수·추징에 대비해 미리 재산을 빼돌리거나 임의 소비하지 못하도록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김 전 부장검사도 이날 함께 구속 기소됐다. 김 전 검사는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을 1억4000만원에 구매, 2023년 2월께 김 여사에게 전달하면서 지난해 4·10 총선 고천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전달된 이 화백 작품이 진품이라고 판단하고,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공소장에 그림 가격을 1억4000만원으로 그대로 적용했다는 게 특검팀 측 설명이다. 특검팀은 또 해당 혐의가 성립하려면 공직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수수자로 적용해야 하지만, 그가 소환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민간인 신분인 김 여사를 수수자로 혐의에 적용했다. 실제로 김 여사는 총선을 앞두고 창원 의창구를 지역구로 둔 김영선 전 의원 측에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취지로 압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컷오프)된 후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된 데 대해 김 여사가 영향을 행사하니 게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작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김모씨 측으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 등 4200만원을 대납받는 등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권 의원과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 기소 이후 아직 규명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권 의원의 경우 통일교 측에 한학자 총재의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전달해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2022년 2~3월 한 총재를 찾아가 금품이 든 쇼핑백을 건네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공모한 것을 전제로 한 김 여사의 뇌물 혐의 수사도 이어간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 성립하는 만큼 윤 전 대통령도 수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고가 귀금속 등을 건네고 공직에 임명됐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 ‘13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를 받으라’고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게 통보했다. 이 전 위원장의 비서였던 박모씨에게도 14일 특검팀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매관매직 의혹은 이 전 위원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수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골자다. 특검팀은 앞서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운영하는 요양원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거북이와 함께 이 전 위원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확보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 전 위원장은 지난 달 1일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달 8일 사표를 수리했다. 이외에도 특검팀은 한 총재에게 4일 오후 2시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했다. 이는 이날 오후 2시 특검팀에 나와 조사 받으라는 특검팀 요구를 한 총재 측이 건강상 이유로 불응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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