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한 방송사가 내보낸 가수 박진영의 데뷔 30년 기념 프로그램 제목은 ‘딴따라 JYP’였다. ‘비닐바지’ 등 늘 파격을 추구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스스로를 ‘딴따라’라 불렀고, 그 말은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훈장이 됐다. ‘딴따라’라는 말에는 우리 대중문화의 긴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과거 시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던 풍각쟁이, 무대 뒤에서 폄하되던 대중가수들이 이제는 세계 무대를 흔드는 ‘K문화 전도사’로 변모했다.
딴따라는 언뜻 일본말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관악기 소리를 흉내 낸 영어 의성어 ‘tantara’에서 비롯됐다. 한국전쟁 때 미군을 통해 국내에 퍼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 ‘taratantara’, 곧 고대 전쟁터의 나팔소리로 이어진다. 전쟁의 울부짖음이 세월을 거쳐 악기 소리가 되고, 한국에서 연예인을 낮추는 말로 굴절됐다. 그러나 박진영은 스스로를 ‘딴따라’라 부르며 도전을 즐겼고 기획자로서 K팝을 전 세계에 퍼뜨렸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1일 출범했다. 관심을 끈 것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공동위원장(장관급)에 선임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 총괄책임자(CCO) 겸 대표 프로듀서다. ‘딴따라’가 문화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된 셈이다. 그는 2PM, 원더걸스,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등 수많은 글로벌 K팝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켰다. 트와이스는 빌보드 200 차트에 여러 차례 진입했고, 스트레이 키즈는 최근 연속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새 정부는 한국을 5대 문화 강국으로 도약시켜 K컬처 시장을 300조 원까지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전쟁터의 나팔이 문명의 악기로, 다시 문화의 이름으로 변했듯, 한국이 치를 다음 전장은 세계 문화 시장이다. 그 길의 선봉에 K팝·K드라마가 있다. 딴따라는 이제 우리 문화가 세계를 향해 울리는 나팔소리가 됐다. 박 위원장이 그 소리를 얼마나 더 멀리, 더 크게 울릴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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