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증권금융이 정부의 모험자본 확대 기조에 발맞춰 국내외 영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투자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자기자본 750만 원으로 출발한 지 70년이 지난 올해 자기자본 4조 원, 자산 100조 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버서더서울 호텔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국제 콘퍼런스에서 “자본시장의 든든한 안전판이자 성장판이 되겠다”며 “디지털 금융 시대에 투자자 재산 보호를 강화하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 자본시장 사례와 현안을 공유해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금융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 한국형 페어펀드는 이재명 정부의 주요 자본시장 공약 가운데 하나로,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소송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세션 좌장을 맡은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생결합펀드(DLF),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투자자 보호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단순한 사후 보상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피해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고위험 상품 규제 강화, 분쟁조정제도 정비, 불공정거래 과징금 신설 등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피해자 구제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며 “미국처럼 페어펀드를 도입해 과징금을 피해 보상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공유했다. 헤만트 샤르마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 부총괄 법률고문은 “투자자 신뢰 회복은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에서 비롯된다”며 “SIPC는 1970년 설립 이후 약 77만 명에게 1426억 달러(약 200조 원)를 반환했고 자격 있는 고객의 99%가 전액 보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와 메이도프 사건에서도 강력한 법적 안전망 덕분에 신속한 자산 반환이 가능했다”며 “한국도 디지털자산과 초대형 금융사 리스크에 대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한국증권금융은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증권금융회사 대표자들과 다자간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식을 열었다. 또 몽골 금융감독위원회, 캄보디아 증권거래위원회와 협력범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도 갱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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