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온은 중학교 때 쓴 게 다였는데 다들 거기로 옮겨간다니까 한 번 깔아보고 싶더라” (27세 직장인 A씨)
“카카오톡이 처음과 다르게 자꾸 무거워지길래 메신저가 이런 기능까지 갖출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는데 결국 제대로 삐끗한 것 같다” (26세 직장인 B씨)
메신저의 본질을 향한 수요…네이트온·라인의 부상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카카오가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능을 결합하며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처럼 피드 형태로 바꾸자, 많은 이용자들이 "메신저의 본질을 잃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A씨는 “솔직히 메신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르고 편하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라며, “피드 꾸미기 같은 건 SNS에서 하면 되는 일이지, 메신저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발의 여파로 한때 잊혔던 네이트온과 라인이 다시 주목을 받는 반사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30일 디지털 마케팅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트온은 지난 27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간 60~70위권을 맴돌던 전체 앱 순위도 단숨에 5위까지 뛰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해당 앱의 '커뮤니케이션' 부문 순위가 26일 55위에서 하루 만에 7위로 급상승했다.
라인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지난 26일 라인 앱 설치 건수는 2만8783건으로 최근 일평균의 3배에 달했다. 일일 이용자 수도 57만2877명으로 전날 대비 7.52% 늘었다.
카톡 친구 탭, 피드형으로 개편…이용자들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
카카오는 최근 업데이트에서 '친구' 탭 구조를 대폭 바꿨다. 기존에는 전화번호부처럼 가나다·ABC 순으로 친구 목록을 보여줬지만, 개편 이후에는 친구들이 변경한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 글을 타임라인에 맞춰 큼지막하게 노출했다. 광고 역시 피드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이를 "단순 메신저에서 진화한 AI 기반 SNS형 플랫폼"이라고 홍보했지만, 사용자 반응은 싸늘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부장님 일상 알고 싶지 않다", "일하다 만난 사람의 프사를 이렇게 크게 보고 싶지 않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A씨 역시 "비즈니스 관계인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일일이 보고 싶지 않다. 내 사진과 상태 메시지도 공개하고 싶지 않다"며 "카톡 친구 추가는 곧 업무의 연장선인데, 이번 업데이트로 내 일상과 개인정보가 마치 동네 북이 된 기분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는 명성 대신 '쉰스타그램(쉰내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을 얻었다.
메신저의 기본기에 집중한 네이트온·라인
카톡 개편에 불만을 품은 사용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카톡처럼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네이트온과 라인이 주목을 받았다.
네이트온 운영사 네이트컴즈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네이트 뉴스' 공식 스레드는 27일 "네이트온을 향한 응원과 관심이 뜨거워진 이때, 직접 '네이트온 완전 정복 가이드'를 공유한다"며 "우린 묵묵히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만 집중해 왔다. 네이트, 네이트온, 네이트판 모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 게시물에는 "네이트온, 노를 더 저어라", "보안만 확실하다면 카카오톡 대신 쓸 수 있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네이트온·라인 반짝 인기에 그칠까
반사 이익으로 인한 다운로드 열풍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네이트온과 라인의 부상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카카오톡의 월평균 이용자 수가 4930만명(2분기 기준)이나 된다는 점과, 가족·지인·직장 네트워크까지 촘촘히 연결된 카카오톡 생태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14년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텔레그램·라인 등으로의 이동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대부분이 카카오톡으로 돌아왔다.
B씨는 "다른 메신저를 쓰고 싶지만 이용자가 적어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 나만 쓰는 메신저는 메신저라고 할 수 없지 않냐. 카카오톡도 이런 점 때문에 이용자들의 수요와 반대되는 업데이트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제대로 된 대안이 생긴다면 그 메신저 앱으로 갈아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카카오, "피드백 반영해 조정"
한편, 예상치 못한 역풍에 카카오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지난 28일 카카오는 '친구' 탭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다음 주 초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부모들의 불만이 컸던 숏폼 콘텐츠에 '미성년자 보호조치'를 추가하고, 큼직한 피드가 피로감을 준다는 의견을 반영해 상태 메시지와 생일 알림 크기를 조정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반응과 피드백을 면밀히 듣고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친구탭 개선 방안도 조만간 공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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