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건강은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선이다.” 이 단순한 원칙이 마침내 제도 속에 반영되었다.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이어 25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전자담배 액상 등 합성니코틴이 ‘담배’의 정의에 포함됐다. 담배의 정의가 바뀐 것은 1988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37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정쟁과 이해관계의 충돌로 번번이 미뤄져 온 합성니코틴 규제가 제도화되면서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다.
이번 개정안이 앞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해 경고 문구 삽입 및 광고·판촉 제한, 무인판매점·온라인 판매 차단, 과세 부과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소매인 거리 제한의 유예, 소상공인 초기 부담 경감을 위한 세금 감면, 마약과 연계될 수 있는 원료 규제 강화 등 보완 장치도 포함돼 있다. 이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진전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규제의 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부대의견으로 ‘유사니코틴’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예고했지만 시장은 이미 합성니코틴을 넘어 “니코틴 함량이 0입니다”라고 광고하는 ‘무니코틴’, 즉 ‘유사니코틴’ 등 새로운 물질로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 무니코틴은 정확히 얘기하면 ‘메틸 니코틴’인데 미국에서는 합성니코틴의 경우 2022년부터 규제에 들어간데 이어 유사 니코틴에 대해서도 식품의약국(FDA)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규제 검토에 착수했다. 유사니코틴이 활개를 치는 것은 규제 회피와 탈세를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과세를 피해 담뱃잎이 아닌 담배 줄기와 뿌리를 이용한 니코틴이 등장했다가 여기에도 과세가 이뤄지자 화학물질 합성을 통한 합성 니코틴이 나왔다. 하지만 또 다시 합성 니코틴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자 유사 니코틴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많이 개발된 유사니코틴은 국내에는 식품 첨가물 형태로 수입돼 유통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 유사니코틴이 제도권의 규제 바깥에 남아 있다면 이번 국회 기재위 개정안의 취지인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유사니코틴 같은 신종 담배물질까지 촘촘히 포섭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필수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3.1%에 달한다. 이는 여학생의 궐련 사용률을 처음으로 넘은 수치다.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남학생 3.8%, 여학생 2.4%를 기록해 흡연의 중심이 궐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무니코틴, 유사니코틴 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종 제품들이 시장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위해성 평가조차 거치지 않은 제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종 마약류 유통 경로로 악용되는 전자담배 사례를 들어 합성니코틴 규제가 단순히 흡연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전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한다.
전자담배 산업계에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업계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규제 체계 속의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건전성을 모두 지키려면 유사니코틴과 무니코틴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규제가 뒤따라야 한다.
합성니코틴을 담배 정의에 포함시킨 것은 분명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새로운 담배물질을 신속히 법 체계에 편입하고 소비자가 올바른 위해성 인식을 위해 경고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 당장 이번 국회 기재위에서 통과된 법안에는 니코틴껌 등에 대해 ‘약사법에 따른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이라고 해서 예외로 뒀다. 결국 유사니코틴 규제의 목적은 국민 건강 보호에 있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 건강 지키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책임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회 기재위의 합성니코틴 규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신종 담배물질 규제라는 다음 과제에 신속히 나설 때 비로소 우리 미래 세대인 청소년 등 국민의 건강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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