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가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의료 현장의 치열한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담아낸 이번 작품은 ‘의사가 쓴 문학적 고백’이라는 평을 얻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성림 작가를 만나 의사와 작가 사이의 길목에서 나눈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이번 신작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를 출간하게 된 소감을 들려주신다면요?
한 권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제게는 늘 ‘고백’과도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의사로서 살아오며 경험한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민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제 삶 속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 그리고 잃어버린 첫사랑의 기억들이 오랜 시간 제 마음을 흔들어 왔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 글로 나오게 되었죠.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인생의 기록이고, 제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간 후에는 홀가분함과 동시에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줄까 하는 긴장도 느끼고 있습니다.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는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삶과 죽음을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런 주제를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매일 죽음과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환자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인간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답을 ‘새벽’이라는 이미지에서 찾았어요. 새벽은 하루의 시작이자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순간이잖아요. 누군가에게는 끝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작입니다.
제게 사랑은 늘 새벽 같았습니다. 희망과 슬픔이 공존하고, 어제의 상실이 오늘의 위로로 이어지는 시간. 그래서 제목도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소설 《너는 나의 새벽이었어》는 단순한 로맨스 작품이 아닙니다. 다른 로맨스 소설과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달콤한 사랑만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것은 기쁨만이 아닙니다. 끝내 다가오지 못한 이별, 붙잡을 수 없는 순간까지 기록해야 진짜 사랑의 서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절박한 사랑,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무게를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집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첫사랑 유미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실제로 제 학창 시절의 추억과 많이 겹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기억을 글로 옮기면서, 마치 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글을 쓰며 오래된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또한 ‘선택’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저 자신에게도 아직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소설은 완결된 결말을 보여주지만, 제 내면의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의학과 문학은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진 작가님은 두 세계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만난다고 말씀하십니다. 의사로서의 길과 소설가로서의 길은 어떻게 연결되었나요?
“진료실은 수많은 인생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명의 환자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저를 찾아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적인 호흡이라는 것을요. 의술은 육체를 살리지만, 문학은 영혼을 살립니다. 결국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은 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출간 직후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독자들이 작품에 크게 공감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환자들의 숨결 속에서 얻은 삶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진료실에서 매일 마주했던 생과 사,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민이 제 안에 오랫동안 쌓여 있었죠. 독자들께서 그 진정성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달콤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삶을 꿰뚫는 절박함과 따뜻함이 담겨 있어서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삶은 짧고, 숨결은 찰나이지만 사랑은 영원합니다. 제가 이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그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존재지만, 남겨진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사랑이 바로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벽처럼 하루를 열게 하죠.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자기 삶의 소중한 ‘새벽’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지, 또 사랑이 어떻게 삶을 끝내 빛나게 만드는지 느끼셨으면 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