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르헨티나와 200억 달러(2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추진한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해 통화스와프가 선행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트럼프 행정부가 시큰둥한 입장을 보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미국은 현재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 규모 스와프 라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달러 표시 채권을 매입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건이 충족될 경우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외환 안정 기금을 통해 상당한 보증 신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향해 외국 공직자로서는 이례적인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고 적었다.
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LLA)이 좌파 페론주의 정당 연합에 대패했다. 다음 달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급락했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10억 달러 이상을 소진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페소 가치는 이미 환율 방어선 상단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졌다.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빌려올 수 있어 달러 고갈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재무부가 다른 나라를 위해 신용까지 제공하는 것은 드물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페소화가 급락한 멕시코를 돕기 위해 외환 안정 기금 200억 달러를 활용한 적이 있다.
미국이 통화스와프에다 신용 지원까지 나선 것은 밀레이 대통령이 ‘남미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밀레이 대통령과 만난 뒤 트루스소셜에 “밀레이는 아주 좋은 친구이자, 투사이자, 승리자”라며 “그의 재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아르헨티나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 주요 라틴 아메리카 경제권 가운데 유일한 트럼프 동맹이라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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