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나무껍질 같은 사마귀가 뒤덮이는 희귀질환, 이른바 ‘나무인간 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피부가 갈색 나무껍질처럼 변해 고통받는 환자 세 명의 사연을 전했다.
첫 번째 사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마흐무드 탈룰리(50)로, 그는 10년 넘게 손을 전혀 쓰지 못할 정도로 수천 개의 병변이 번져왔다.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그는 2019년 병변 제거와 피부 이식 수술을 통해 일부 손 기능을 되찾았다.
두 번째는 방글라데시의 아불 바잔달(37)이다. 그는 손발을 뒤덮은 사마귀를 없애기 위해 2016년부터 25차례나 수술을 받으며 약 5kg에 달하는 사마귀를 제거했다. 하지만 상태는 2019년 다시 악화돼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마지막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소녀 무크타모니다. 오른쪽 가슴부터 팔까지 피부가 갈색으로 변색돼 결국 손을 쓰지 못했고, 안타깝게도 2018년 1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병명은 정식 명칭으로 ‘우취성 표피이상증(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이다.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이 질환은 유아기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햇볕에 잘 노출되는 얼굴·목·손발 등에 갈색 혹이 나타나 빠르게 퍼지면서 나무껍질 같은 외형을 띤다. 병변이 신경을 압박하면 극심한 통증까지 동반한다.
환자들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쉽게 감염되며, 이 바이러스가 피부 증식을 촉진한다. 미국 미시간의 성형외과 전문의 앤서니 윤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매우 드문 유전 질환으로, HPV 감염에도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표준 치료법은 없다. 일부 환자들이 액화질소를 이용한 ‘크라이오테라피’나 레티노이드 크림으로 증상을 완화하지만 효과는 개인차가 크다. 병변이 심하면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미국의사협회지에 따르면 환자의 30~50%가 피부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으며 전염성은 없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권고한다.
2017년 유럽피부과·성병학회지(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보고서는 전 세계 환자가 500명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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