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7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인의 76%는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캄보디아와 태국, 이스라엘과 이란 등 여러 국가들 간 갈등을 언급한 뒤 자신의 두 번째 임기 동안 “끝낼 수 없는 전쟁 7개를 끝냈다(ended seven un-endable wars)”고 밝혔다. 이어 “내가 이러한 업적을 이룰 때마다 모두가 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은 그의 바람과 달랐다. 워싱턴포스트(WP)와 입소스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무려 76%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자격이 있다고 본 사람은 22%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처리에 대해서는 60%, 가자 전쟁 대응에 대해서는 58%가 부정 평가를 내렸다. 공화당 지지자도 49% 찬성, 49% 반대로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고, 무소속은 14%, 민주당원은 3%만이 트럼프의 수상 자격을 인정했다. 이 여론조사는 11~15일 온라인으로 실시됐으며 2513명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프랑스 BFM TV와 인터뷰에서 "오늘의 (가자지구) 현실을 직시할 때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냐면 우리는 가자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나 장비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전 세계 분쟁을 해결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노벨 평화상은 이 분쟁을 멈출 때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가해 가자 분쟁을 중단시키고 마침내 48명의 인질을 구출하며 인도적 지원 경로를 재개하고 어린이, 여성, 남성, 노인 등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면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도 가자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한 건 "큰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지금 하마스 전투원 수는 처음과 다를 바 없다. 하마스 해체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해 "하마스를 영광스럽게 하는 일이며, 10월7일 사건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아무도 10월 7일을 잊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는 "거의 2년간의 전쟁 끝에 결과는 무엇인가"라며 "이것은 올바른 해결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 5인이 결정한다. 지난달 WP보도에 따르면 이 중 최소 3명이 트럼프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위원장 요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는 2024년 대선 캠페인 중 트럼프의 언론 공격을 비판했고, 다른 위원은 5월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 해체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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