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병은 모두 속병인겨
말을 못해서 생기는 병이지
사람들 말만 잘 들어줘도
명의 소리 듣는데 그걸 못 혀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자기 말만 들으래
내가 의사 양반 주치의인가?
홍 씨 할머니
처방전 들고 약국 들어서며
혼잣말처럼 하신 말씀
내 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말만 잘 들어줘도 명의라니, 곳곳에 돌부처가 왜 명의인지 알겠다. 교회 앞에 두 팔 벌리고 선 예수상이 왜 명의인지 알겠다. 돌부처가 소원 비는 중생의 귀를 잡아당겨 내 말 좀 들으라고 하는 걸 본 적 없다. 예수상이 기도하는 신자의 입을 가로막고 내 말대로만 하라고 이르는 걸 본 적 없다.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다. 듣기를 두 배로 하고, 말을 절반으로 줄여도 세상은 더 잘 소통될지 모른다. 무조건 ‘그렇지’ ‘아무렴’ 손뼉 치며 속말 들어줄 사람 있는 이는 행복하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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