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교촌치킨과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교섭단체를 구성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등록할 수 있게 된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갑질’에 대응해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헌법상 노동자에게 부여한 단체교섭권이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에게 주어질 경우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한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가맹점 창업부터 운영·폐업까지 전 과정에 걸친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맘스터치·굽네치킨 등 점주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참석했다. 주 위원장은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비해 협상력이 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종합 대책의 핵심은 점주 단체에 법적 지위를 강화해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점주 단체가 협의를 요청해도 본부가 대표성 부족 등을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위는 점주 단체 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정 비율 이상이 참여하는 단체를 공정위에 등록하도록 해 대표성을 공적으로 인정한다. 또한 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을 본부가 거부할 경우 시정명령과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제재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협의 남용을 막기 위해 분기별 요청 횟수를 제한하고 동일 사안을 여러 단체가 중복 요구할 경우 일괄 협의 절차를 두는 등 부작용 방지 장치도 포함됐다.
불공정 행위 근절도 강화된다.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불필요한 품목을 강제로 구매하게 하거나 광고비를 떠넘기는 행위가 대표적 불공정 행위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기준 가맹점주의 54.9%가 불공정 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상시 점검하고 위반이 확인되면 즉시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가맹 희망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정보 불균형 문제도 해소하기로 했다. 현행 정보공개서 제도는 등록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사전 심사 방식으로 심사 지연에 따라 최신 정보 제공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공정위는 사전 심사 방식에서 공시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가맹 본부가 책임지고 신속히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허위 공시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 상향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다.
정보공개서 내용도 대폭 손질된다. 그동안 실효성이 낮은 항목 대신 가맹점 생존율, 배달앱 제휴 조건 등 창업자의 의사 결정에 직접 필요한 정보를 포함한다. 이와 함께 폐업이나 계약 갱신 과정에서도 점주 권리가 대폭 확대된다. 그동안 점주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해지할 수 있다’는 상법 규정에 기대야 했지만 추상적 문구 탓에 실효성이 낮았다. 공정위는 이번에 가맹사업법에 계약 해지권을 명문화해 점주가 과도한 위약금 부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대책은 더불어민주당이 4월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올리며 단독 처리 수순에 들어간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유사하다. 해당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 단체가 본사에 거래 조건과 관련한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반드시 응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제재 조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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