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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정보의 잡음'이라는 앨런 홉슨 [국경복의 드림톡]

국경복 꿈 연구가(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앨런 홉슨이 꿈에서 본 장면을 AI로 그린 모습.




앨런 홉슨(1933~2021년) 전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10대 시절 한여름밤 어느 호숫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들은 우주의 광활함과 은하계의 신비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앨런은 이내 ‘자기 어깨 위에 얹혀 있는 뇌의 비밀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마당에 우주의 경이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 가당찮다'고 느꼈다. 이에 앨런의 스승이었던 페이지 샤프는 이렇게 조언했다. “정신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뇌를 연구해야 한단다.”

1955년 홉슨은 정신의학과 신경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대 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프로이트의 저서를 탐독한 뒤 열렬한 숭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몇년 후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가면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정신의학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 홉슨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수면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는 잠든 피험자의 뇌파가 변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바로 그날 밤부터 꿈 연구에 매진한다. 1977년 그는 로버트 매칼리와 꿈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설명방식을 찾아낸다. 홉슨은 자신의 발견으로 프로이트의 꿈을 해석하는 심리학적 버팀목을 참담하게 무너뜨렸다. 그는 “꿈의 내용은 가능한 한 황금이 아니라 개똥이요, 인지적 보물이 아니라 쓰레기이며, 중요한 신호가 아니라 정보의 잡음이라고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음은 홉슨이 꾼 꿈이다. “나는 마치 사우나에서 나는 것과 같은 연기를 보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농장의 집이 불에 타고 있었다. 다시 보니 역시 집과 같이 보였지만 이번에는 장소가 (길 건너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화재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고 불을 낸 사람에게 벌을 주려고 벼르고 있었다. 갑자기 장면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작은 강가에 있었다. 빠르게 흐르는 물살과 흰 빛깔의 물이 보였다. 그 때 주황색 공이 소용돌이치는 물속을 향해서 솟아 올랐다. … 갑자기 줄리아가 물속에 뛰어들더니 매우 힘차게 팔을 저어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나갔다. 그러더니 공을 잡아서 반대편 강가로 던져버렸다. 이것은 거의 기적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매우 정상적으로 보였다.”

홉슨은 자신의 꿈을 이렇게 해석한다. “만일 이것이 정신 착란적인 경험이 아니라면 정신과 전문의로서 내가 한 지금까지 모든 수련은 조금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 꿈 속에서 시각적 환각, 섬망(정신적 혼란), 강렬한 감정(분노, 걱정, 의기양양),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단서로서 지남력(시간, 장소와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 장애와 그것은 가까운 사촌뻘인 작화증(이야기를 지어내는 현상)을 경험했다. 깨여있는 상태에서는 마치 미친 것처럼 보여지는 이러한 이야기는 꿈속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앨런 홉슨.


홉슨은 결론을 내린다. “여기 꿈 과학의 생물학적 혁명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개념이 하나 있다. 비록 꿈속의 변화된 의식상태가 매우 흥미롭고 정보가 풍부할지라도 꿈은 그 자체로 아무런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꿈 해석에 맹렬한 비판자가 된 홉슨은 미국 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자신과 맥칼리가 함께 연구한 꿈 개념을 요약해 주었다. 홉슨의 발표가 있고 난 뒤 미국 정신의학회 회원들 사이에 프로이트의 꿈 이론이 홉슨의 발견에 비추었을 때 과학적으로 주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투표가 있었다. 결과는 프로이트의 해석에 대한 압도적인 반대로 나타났다. 이는 과학적으로 말해 꿈의 작동원리에 관한 프로이트의 설명은 더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꿈 해석방식은 어두운 골방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된다. 프로이트식 ‘꿈의 해석’은 끝장이 난 것일까? 뇌 과학적으로도 프로이트의 꿈 해석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이로부터 2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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