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15년 만에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심각한 청년 고용난 해소를 위해 경제계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한경협은 다음 달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고용노동부,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주요 대기업 협력사 상생협력채용박람회’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010년 경제계가 공동으로 주최했던 상생 채용 행사 이후 15년 만에 열리는 의미 있는 자리다.
이번 박람회는 규모부터 남다르다. 삼성, SK(034730), 현대차(005380), LG(003550)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우수 협력업체 300개사가 참여해 인재 찾기에 나선다. 한경협은 박람회 기간 중 1500명 이상을 현장에서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 환영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만들어준 한경협과 참여 기업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채용 규모를 늘린 기업들에 대통령 명의의 감사 서한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박람회는 최근 대기업들의 채용 확대 분위기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1만 2000명), SK(9000명), 현대차(7200명), 한화(000880)(5600명) 등 8개 그룹은 올해 총 4만 4000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004170), CJ(001040) 등 10대 그룹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5만 명의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8개 기업을 시작으로 30대, 100대 기업까지 청년 채용 확대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그간 기업들이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에 집중해 온 관행이 청년 세대에게 어려움을 줬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기업들도 청년 세대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공감대가 있다”며 “대통령과 함께 경제를 살리고 청년에게 희망을 주자는 데 기꺼이 동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직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박람회는 △대기업 우수 협력사들이 현장 면접과 상담을 진행하는 기업채용관 △인공지능(AI) 강소기업 특화 채용관 △채용설명회와 직무 특강이 열리는 커리어관 △모의면접, 이력서 코칭 등을 지원하는 취업 역량관으로 구성된다. 오프라인 행사와 별도로 취업포털 사람인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3개월간 온라인 채용관도 운영된다.
이번 박람회는 청년 구직난과 우수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최근 청년 고용률은 16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40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비용은 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구인난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생채용박람회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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