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5회 연속 동결하다가 9개월 만에 낮춘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첫 금리 인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다”면서도 “고용의 하강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연내 2회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기존의 2.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좁혀졌다. 그동안 한미 금리 격차에 대한 부담으로 손발이 묶여 있던 한국은행은 다소 여유를 갖고 국내 경기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도 18일 “미국 연준이 9개월 만에 다시 금리를 내리면서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최근의 부진한 국내 경기를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앞서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특히 꺾이지 않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정부의 ‘6·27 대책’ 등에도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48% 올랐다. 6월(1.44%), 7월(1.09%)에 비하면 오름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집계한 8월 말 기준 가계 대출 잔액도 7월보다 4조 1000억 원 늘었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가계 부채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 잠재성장률 1%대 추락 위험 등 중차대한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금리 인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 등을 감안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타이밍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728조 원의 초슈퍼 예산을 편성한 상황에서 적기에 통화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 부양 효과는 반감되고 나랏빚만 늘어날 수 있다. 국내외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 부동산과 가계 부채 증가 추이를 고려한 정교한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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