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에서 넘어져 뒤따르던 선수의 스파이크에 얼굴을 밟히는 사고를 당했던 조디 비미시(28·뉴질랜드)가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며 뉴질랜드 육상 트랙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15일(현지시간) 비미시는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8분33초88을 기록, 모로코의 수피아네 엘 바칼리(29)를 0.07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바칼리는 올림픽 2회, 세계선수권 2회 연속 챔피언으로 이번 대회 5연패를 노리던 세계 최강자였다. 하지만 결승선 직전 마지막 장애물에서 살짝 걸리며 균형을 잃었고, 이를 놓치지 않은 비미시가 폭발적인 스퍼트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비미시는 우승 후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라며 "마지막 200m에서 스스로에게 기회를 줬고, 결승선 1m 앞에서야 승리를 확신했다. 뉴질랜드가 세계선수권 트랙 종목애서 금메달을 딴 건 처음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감격을 전했다.
이번 우승은 더욱 극적이다. 이달 13일 열린 예선 2조 경기에서 그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넘어졌다. 뒤따르던 캐나다의 장-시몽 데가네스가 피하지 못하며 비미시의 얼굴을 밟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순식간에 10위로 처졌으나 포기하지 않고 400m를 맹렬히 추격해 조 2위(8분27초23)로 결승에 올랐다.
현지 매체들은 “머리를 밟히고도 결승에 올라온 사나이가 결국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며 드라마 같은 사연을 조명했다.
대회 3연패와 세계 대회 5연패를 노리던 바칼리는 충격적인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 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게 바로 최고 수준 스포츠의 현실”이라며 “뉴질랜드 선수에게 축하를 전했다. 마지막 장애물에서 살짝 걸리며 균형을 잃은 게 치명적이었다. 오늘 밤은 결국 스포츠가 승리했다”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비미시는 올해 세계 랭킹 31위에 불과해 대회 전까지 그 누구도 메달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느린 초반 페이스가 이어지자 막판 스퍼트에 강한 그의 장기가 발휘됐다. 그는 지난해 세계실내육상선수권 1500m 우승을 통해 이미 빠른 라스트 스퍼트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관중들의 열띤 응원 속에 결승선 직전 바칼리를 제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양팔을 휘두르며 포효하는 비미시와 주먹으로 머리를 치며 자책하는 바칼리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번 금메달은 뉴질랜드 육상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필드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따낸 적이 있었지만 트랙 종목에서는 이번이 첫 번째다.
비미시는 “뉴질랜드 육상 사상 첫 트랙 종목 세계선수권 챔피언이 됐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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