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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등산인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우리나라 국민들의 등산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2년 산림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인구는 3200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등산 인구를 토대로 ‘완등 인증 메달’이라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지방자치단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지자체도 벤치마킹할 만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 울주군의 ‘영남 알프스 7봉 완등 메달’ 사업이다. 2021년에 도입된 이 사업은 해발 1000m 안팎의 일곱 봉우리를 1년 안에 완등하면 울산 울주군이 조폐공사에 의뢰해 제작한 인증 기념 은메달을 증정한다. 매년 다른 산을 테마로 제작하는데 올해는 천황산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등산인들이 영남 알프스 7개 봉우리 메달을 모두 모으려면 7년 동안 울주군을 방문해야 하는 것이다. 메달은 매년 선착순 3만 개 한정으로 배포되는데 신청자가 몰리면서 해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렇게 많은 등산 인구가 7봉의 완등을 위해 울산 울주군을 수차례 방문하는 과정에서 맛집에서 식사하고 숙박하며, 특산물을 구매하고 택시로 이동하면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경남 함양군이 올해 시작한 ‘오르고(GO) 함양’ 사업이다. 함양은 주위에 산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대표적인 인구 소멸 지역인데 이러한 산을 활용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포함해 군내에 위치한 1000m 이상 15개 명산을 1년 안에 완등하면 함양군에서 인증 기념 메달을 제공한다. 15개 명산 메달을 매년 1개씩 제작하므로 15년 장기 프로젝트인 것이다. 이 메달은 선착순 5000명에게 지급되는데 올 9월 기준으로 1600여 명이 15개 봉을 완등했다. 10개 이상 완등한 사람도 1900여 명에 이르며 이들도 연내 완등이 예상된다. 특히 함양군은 등산인을 지원하기 위해 숙박·택시 영수증을 제출하면 일부 금액을 환급하는 캐시백 제도까지 더했다. 그 결과 함양군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26.9% 늘며 경남의 18개 지자체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인구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서 생활인구를 불러들인 대표적 성과다.



울주군과 함양군의 공통점은 지역 관광 자원을 활용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년 관광객들의 재방문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또 7~15년의 장기 프로젝트다. 매년 달라지는 디자인으로 등산객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특히 함양군은 보상 체계로 지역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런 사례를 기반으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추가 제안한다. 지리산·설악산 등 명산은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는 만큼 지자체 간 협업 사업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기초 지자체의 협업에 더해 시도 등 광역단체 사업으로 추진해도 좋다. 등산뿐 아니라 제주 올레길, 백두대간 종주길 같은 트레일, 그리고 전국 곳곳의 천년사찰이나 천주교 성지 순례와 같은 종교 유산도 훌륭한 관광 자원으로 인증 메달 사업에 활용이 가능하다.

요즘 MZ세대는 ‘인증과 인정’에 열광한다. 개인의 성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욕구와 지역 자원을 결합할 때 단순한 여가가 아닌 지역사회를 살리는 훌륭한 관광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인증 메달 사업은 작은 아이디어가 지역사회를 바꾸고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울주군과 함양군의 사례처럼 관광 자원과 인증을 결합한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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