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 관세합의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의 원가 부담은 줄이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역량 있는 중소형 조선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관세청은 16일 웨이퍼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금속물질 ‘이리듐 타깃’과 구리재질 용기인 ‘백킹 플레이트’를 반도체 제조용 부품으로 분류해 무관세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관 합동 관세품목분류위원회는 “해당 물품이 반도체 제조용 증착 장비와 직접 결합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데다 백킹 플레이트가 도체·과열방지 기능을 수행해 증착 공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구성요소의 재질에 따라 이리듐(기본 관세율 3%)이나 구리제품(8%)로 판단할 경우 3~8%의 관세를 물어야 해 반도체 제조원가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오현진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이번 결정은 관세율표상 ‘반도체 기계의 부품’ 해당 여부를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최근 어려워지는 대외무역 여건 속에서 우리 반도체 제조업계의 관세부담 완화를 통해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부터 도가니, 탄소복합재(CCM), 그라인딩휠 등 총 8종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용 소재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련의 조치들은 한미 관세합의를 놓고 양측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반도체 등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한국선급 등 6개 기관과 다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은 소형 조선사들이 선수금 환급 보증(RG) 발급을 위해 진행하는 전문 용역 보고서 발급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공동 협력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 참여 기관들이 각자 전문성과 역할을 바탕으로 소형 조선사의 부대 비용 부담을 줄이고 금융 조달 과정의 원활화를 돕는 것이 목표다. 특히 무보는 해당 용역에 들어간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용역 기관은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이 선정한 조선사에 가능한 범위에서 가격을 우대해 용역을 제공할 방침이다. 무보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단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각 기관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소형 조선사들의 금융 진입 장벽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선 산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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