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의 계속성,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다. 통상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거래소는 영업·재무가 우량한 법인에 대해서는 경영투명성 기준에 대해서만 심사하거나, 단기간 내 사유가 재발한 경우 제한적 범위에서 심사하는 '약식심사'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최근 상장폐지 제도 강화와 함께 이 약식심사 적용 기준도 대폭 상향 조정돼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유가증권시장의 약식심사 적용 기준은 매출액 300억원 이상,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인 우량기업이었다. 이 기준은 오랜 기간 유지돼 왔는데, 현재의 기업 규모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제도 본래의 취지인 '우량기업'에 대한 혜택이라는 성격이 희석된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지침을 개정해, 약식심사 적용 대상 기준을 매출액 7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인 기업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는 기존 기준 대비 매출액은 23배, 자기자본은 13배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새로운 기준은 제도의 취지가 유사한 상장예비심사 패스트트랙과 동일한 수준으로 설정됐다.
이러한 변화는 상장폐지 제도 전반의 강화와 궤를 같이 한다. 상장폐지 관련 매출액 기준의 단계적 상향,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등과 함께 실질심사 절차의 예외적 완화 조치인 약식심사 기준도 현실화한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심사를 강화하되, 진정한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절차 간소화를 제공하겠다는 균형잡힌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약식심사 혜택을 받던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보다 포괄적인 심사를 받게 되고, 심사기간도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식심사 혜택을 기대하기보다는 실질심사 사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실질심사를 받게 되는 경우라면, 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상장적격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번 실질심사 지침 개정은 상장폐지 제도 강화의 연장선상에서 전체적인 정합성을 갖추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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