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알래스카 LNG 도입을 넘어 초장거리 파이프라인 구축에 철강재 공급까지 포함하며 포스코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추정 사업비만 최소 44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사인 글렌파른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 전시회인 ‘가스텍’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향후 20년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해마다 100만 톤씩 ‘본선 인도(FOB)’ 방식으로 도입하고 알래스카 LNG의 807마일(약 1300㎞), 42인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철강재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도 담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아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 형태로 글렌파른 측에서 사업성 검토 등에 필요한 자료를 넘겨주면 사업 수익성 등을 살펴본 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계약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비 계약이 단순히 알래스카산 LNG 도입에 그치지 않고 파이프라인 구축에 필요한 철강 상당 부분을 공급하기로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년간 LNG를 도입하는 것은 다른 에너지 업체들의 이전 계약보다 훨씬 긴 기간”이라며 “철강 제품까지 공급한다는 뜻은 포스코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단순 구매자 이상의 참여자로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철강 공급이 현실화하면 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필요한 철강 공급뿐 아니라 포스코의 전반적인 미국 사업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첫 한국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가스공사가 현재 글렌파른과 함께 사업을 추진 중인 AGDC(알래스카 가스개발공사)와 2017년 양해각서(MOU)를 맺은 적이 있지만 이는 글렌파른 주도로 프로젝트 구조가 재편되기 전이다.
글렌파른은 연말쯤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FID)을 내리고 액화시설 및 전체 프로젝트의 수출 물량 등에 대해서 내년 FID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래스카 LNG의 한국 도입은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알래스카에서 일부 사용하고 1300㎞의 가스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운반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 사업비만 64조 원에 달한다. 10년 전 처음 제안됐지만 막대한 투자비 등의 영향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재추진해 글렌파른은 일본 에너지 기업 JERA와 태국의 PTT, 대만 CPC와도 포스코인터내셔널 수준의 예비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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