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성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결혼 3개월 만에 아내를 살해하고 태연하게 상주 역할까지 한 3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검찰은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0대 남성 서모씨의 살인 혐의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지난해 8월쯤 복합 임신으로 유산했고 하혈하던 중 자궁외임신 사실을 알게 돼 나팔관 한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고 카카오톡을 훔쳐보다 목을 졸라 살해하기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아내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 “유가족에게도 거짓말로 일관하고 상주 역할까지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씨에게 무기징역이 구형되자 방청석의 유가족들은 박수를 치며 눈물을 훔쳤다.
A씨는 결혼 3개월 만인 지난 3월 13일 서울 강서구 신혼집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A씨는 장례식장에서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가, 빈소가 차려진 지 하루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인 아내가 임신 초기인 상황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요구했다. 그는 아내가 유산해 병원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집요하게 성관계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피해자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남편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로 힘들다', '결혼을 후회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하고는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초기에 살해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그제야 범행을 인정,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자 어머니는 JTBC를 통해 딸의 얼굴을 공개하며 “멀쩡한 애를 보냈으니까, A씨도 형을 많이 받고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피해자 친언니는 “(A씨는) 동생이 유산하기 전날까지도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서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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