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을 넘어서 골프가 많이 좋아졌다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요즘 대세’ 여자 골퍼 유현조(20·삼천리)를 바라보는 스윙 코치 권기택(43) 씨의 시선이다. 유현조는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려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대상(MVP)과 평균 타수, 그리고 톱10 진입과 60대 스코어 비율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인이던 지난해 우승한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올해 또 우승하면서 다관왕 가능성을 키워 놓았다. 특히 우승 한 번과 2위 세 번, 3위 두 번, 4위 두 번 등 20개 출전 대회에서 열세 번 톱10에 드는 ‘미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유현조를 가르치는 권 코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골프 단체전 은메달리스트다. 일본 내 최고 골프 명문 대학으로 손꼽히는 도호쿠 후쿠시대 출신으로 아시아 최초의 마스터스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가 동문이다. 아마추어로 송암배 우승과 한국오픈 3위 등의 성적을 낸 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약했다. 2021년 말부터 우리나라에서 주니어 골퍼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유현조를 고교 때부터 4년째 지도하고 있다.
관련기사
“KB금융 대회 마지막 날 중반까지 (보기만 2개로) 그렇게 안 풀렸는데도 어려운 홀에서 버디를 하고 흐름을 돌려놓는 것을 보고 골프가 많이 좋아졌구나 느꼈다”는 권 코치는 “전반기 끝나고 퍼트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먼저 얘기를 해와서 집중적으로 레슨하기는 했다”고 밝혔다.
유현조는 그러나 후반기 첫 한두 대회 뒤 자기 감과 안 맞는 것 같다며 바로 ‘SOS’를 요청했다. 권 코치는 “공들여 연습한 부분이 있으면 선수들은 보통 5개 대회쯤은 끌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유현조는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버리고 빠르게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본인 골프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그래서 골프를 엄청 똑똑하게 치는 것 같다”고 했다. 유현조는 올해 그린 적중했을 때의 퍼트 수 부문에서 1.75개로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유현조의 스타일에는 코치의 지도 철학이 녹아 있는 듯하다. 선수와 지도자 사이에 수평 관계를 가장 중요시한다는 권 코치는 “시즌 중에는 선수가 51%의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하고 비시즌 훈련 때는 코치한테 51%가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강조한다. 내가 하는 방법이 다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시즌 1승과 통산 3승의 고지우, 신인 서교림, 장타자 김나영도 권 코치가 가르친다.
유현조는 적극적인 3번 우드 사용 등 유연한 공략으로도 주목 받는다. 주니어 시절 2년 반을 드라이버 입스(샷 하기 전 불안 증세)로 고생하는 사이 우드나 유틸리티 티샷이 편해졌다. 3번 우드나 유틸리티로 쳐도 웬만한 선수의 드라이버 샷만큼 멀리 나간다. 유현조는 12일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시작되는 OK저축은행 오픈에서 상금 1위 등극을 노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