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때 처음 나간 대회에서 실수를 많이 했는데도 톱10에 들길래 ‘할 만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근데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가니까 바로 컷 탈락하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선수들 기량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경험에 대한 황유민(23·롯데)의 대답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뛰면서 세계 랭킹 상위 자격과 초청 출전 등으로 이따금 LPGA 투어 대회에 나가던 황유민은 올해부터는 아예 주무대를 옮겨 정식 멤버로 새 출발한다. 지난해 가을 초청 선수 자격으로 치른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막판 네 홀 연속 버디의 폭발력으로 우승하면서 미국 직행 티켓을 따냈다.
공식 데뷔에 앞서 우승부터 한 우등생이지만 최근 만난 황유민은 새 직장에 대해 “어렵고 대단한 곳”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3일 베트남 퀴논으로 겨울 훈련을 떠나는 그는 오는 29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릴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를 공식 데뷔전 삼는다. 이후 2월에는 태국 치앙라이에서 다시 담금질을 하다가 싱가포르·중국 대회 출전으로 정규 투어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황유민은 이미 아마추어 시절부터 LPGA 투어에 어울릴 재능으로 주목 받았다. 18세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나간 한국 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올랐고, 이듬해 KLPGA 투어 NH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앳된 얼굴과 가녀린 체구로 280야드 드라이버 샷을 뻥뻥 때려 관심을 모은 그는 2023년 정규 투어 데뷔 뒤에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인기상 수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작은 체구(키 163㎝)인데 멀리 치는 모습을 신기해 하시는 것 같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니까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는 게 ‘돌격대장’ 황유민이 생각하는 인기 요인이다.
2025년 KLPGA 투어에서는 우승 없이 다소 답답한 흐름이었는데 하와이에서 잭팟이 터졌다. 황유민은 “그린 주변 플레이와 퍼트가 조금 모자랐을 뿐이지 곧 성적이 나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며 “나도 모르게 틀어져 있던 어드레스를 교정하는 등 기본기에 집중하면서 플레이했더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했다.
최나연과 김효주가 롤모델인 황유민은 그들이 이름을 날린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친다. “2026년이 아니더라도 다승왕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각오. “가장 여러 번 우승한 선수가 그해 가장 잘한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중 유지를 위해 매일 분유를 먹고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게이머 페이커와 제우스를 열렬히 좋아하는 등 의외의 면이 꽤 있는 황유민은 “꾸준히 돈을 벌어서 스포츠카를 타고 싶다”고도 했다. “어리게 생기고 어려 보인다고들 하는데 성격은 예상과 다르게 털털하다. 애교가 있거나 그런 성격은 절대 아니다”라는 설명. 하지만 미국 가서도 분유는 늘 챙겨 먹을 거라고 한다. 가장 눈길 가는 대회는 우승자의 ‘입수 세리머니’ 전통으로 유명한 시즌 첫 메이저 셰브런 챔피언십이다. “물에 뛰어드는 세리머니가 멋있어 보이고 또 해보고 싶어서 그 대회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황유민이 태어나서 겪은 가장 큰 실패로 꼽는 것은 2022년에 있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이다. “굉장히 잘하고 싶었으니 떨어졌을 때 참 힘들었다. 이틀 동안 방에서 안 나올 정도였다”고. 황유민은 “그 기억 때문인지 그래서 더 올림픽에 욕심이 있다. 나라를 대표해서 꼭 그런 국제 대회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세계 랭킹 포인트가 두둑한 LPGA 투어에서 착실하게 성적을 쌓아간다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은 꿈이 아닐 것이다.
새해 자신의 키워드를 꼽아 달라는 요청에 황유민은 ‘도전’이라고 했다. “늘 생각하는 게 도전인 것 같아요. 매년 더 발전하기 위해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하면서 성장하는 거니까. 골프 그만둘 때까지 제 키워드는 도전입니다. 저 황유민한테 제일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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