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지원정책의 허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관련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리며 국산 AI 반도체(NPU) 생태계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실증 규모가 작고 규제·자금 조달 장벽이 크다며 구조적 한계를 호소했다. 이에 정부는 2027년 이후를 겨냥한 민관 공동정책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11일 판교 리벨리온 본사를 찾아 업계 관계자들과 ‘AI 반도체 쓴소리 간담회’를 열었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국내 실증사업이 소규모·단기에 그쳐 세계적 수준의 검증이 부족한 점과 정부 과제 참여 시 과도한 현금 부담과 지식재산권(IP) 제약으로 장기 사업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점 등 여러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또한 글로벌 설계도구 접근 제한, 최적화 소프트웨어 비용 부담, 국가사업 도입 예외 사례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 차관은 간담회에서 “오늘 나온 비판은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라며 “민관이 함께 장기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도 국산 AI 반도체 개발·실증·수요 창출 지원 예산을 올해 1754억원에서 3574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2027년 이후를 겨냥해 안정적 수요 창출 모델을 마련하고 NPU 전용 컴퓨팅센터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용 소프트웨어·장비 실증 지원 등을 포함한 민관합동 정책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실증사업 개선, 지재권 규제 완화, 금융지원 강화 등이 추진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동연구 결과를 정책과 사업계획에 반영해 국산 AI 반도체 초기시장을 조성하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가 AI 기반을 강화하고 차세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임기일 차관은 “정부 혼자,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를 민관이 머리를 맞대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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