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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나뉜 원전관리…"웨스팅하우스와 협상, 누가 할지부터 정해야"

[韓 원전 수출 50년 족쇄 - <4·끝> K원전 재도약 방안은]

SMR 사전 검증 등 불공정 협약

재협상 급한데 컨트롤타워 실종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부서 담당

운영 정책은 에너지환경부 분리

한수원·한전도 환경부 산하로

"국내운영·수출, 독립영역 아냐

두 부처 분리 효율적일까 우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넘겨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드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지켜본 에너지 전문가들은 8일 “이미 웨스팅하우스(WEC) 족쇄를 차고 있는 국내 원전 산업이 또 한번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연내 신규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부지를 선정해야 하지만 원전 정책 기능이 환경부에 흡수되면서 언제 결론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WEC 불확실성이라는 기존 변수에 내부 리스크까지 더해진 셈이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WEC 문제를 어느 부처에서 담당할지부터라도 우선 정한 뒤 전략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과 WEC 간 불공정 협약을 파기하거나 재협상하는 게 최우선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에너지 산·학계 전문가 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9%가 협정을 파기하거나 재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WEC는 올 1월 우리 기업이 SMR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도 WEC 측의 사전 검증을 받지 않으면 수출을 금지하고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최소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WEC 측에 넘기도록 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전직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재협상을 시도하되 그 과정에 심각한 무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국 측과 WEC가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직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과 운영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이번 협정에 발목이 잡혔다”며 “한수원·한전이 아닌 원전 수출 전문 회사를 새롭게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안들을 모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원전 정책 컨트롤타워가 몇 주 뒤면 제 기능을 잃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7일 발표한 조직 개편안에 따라 SMR 사업화, 원전 운영 등 원전 정책 전반은 환경부를 확대 개편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축소한 산업통상부로 분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작 해외 원전 사업을 담당하는 한수원·한전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기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수원·한전이 협정의 구속을 뛰어넘을 방도를 모색해도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대응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 한전은 자국 원전 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한국형 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WEC와의 협정으로 미국 진출길이 막혔으니 미국 에너지부가 조정 능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국내 운영과 수출은 완전히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다”라며 “결국 같은 기관이나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두 부처와 연관되는 상황에 처하는데 이것이 과연 효율적일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국가 먹거리로 꼽히는 SMR 산업 육성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SMR 사업화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SMR 수출은 산업부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에 따라 한국은 WEC의 기술 독립 검증을 받기 전까지 어떤 나라에도 SMR 수출을 할 수 없다. 그만큼 SMR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부터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정책 설계·집행 과정에서 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부처 간 칸막이’가 또 장애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게다가 한국의 혁신형 SMR(i-SMR) 산업은 기술의 우수성에 비해 정부 지원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지난달 발행한 보고서에서 i-SMR에 평균(17.38점)보다 높은 22점을, 한국형 소형 원자로인 ‘스마트100’에는 19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현행 법과 제도, 규제는 모두 대형 원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SMR의 신속한 상용화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원자력학회는 “SMR 상용화는 국내 에너지 안보, 경제성장,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SMR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최근 성명문에서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용산 대통령실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 20일(현지시간) 프라하 체코 정부청사에서 열린 한·체코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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