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은 평시에 얼마나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외교·안보와 경제·산업 분야 못지 않게 보건·의료 분야는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핵심 영역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생산·보급함으로써 자국민을 지키고 국제사회 협력의 중심에 선 국가와 아무런 준비를 못 한 채 의료 붕괴 후 외교적 의존이라는 한계를 드러낸 국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과거의 교훈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평시 준비가 곧 국가의 미래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는 국가의 미래 경쟁력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첨복단지는 연구개발(R&D)부터 임상, 생산, 인허가, 기술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한 지역에서 긴밀히 연결해 속도·효율·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 전략 기지라고 할 수 있다. 첨단의료기술의 연구개발과 실용화를 지원하고, 관련 연구기관·기업·병원을 집적시켜 국가 보건의료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목적을 갖는다
이런 전략적 거점은 이미 해외에서 바이오산업 혁신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로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미국 보스턴·샌디에이고의 바이오클러스터, 일본 고베의 의료산업단지,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가 대표적인 예다. 모두 글로벌 신약 개발과 임상, 의료 기기·재생 의료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고급 인재와 혁신 기업이 한 곳에 모여서 서로 협력하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국가 산업의 성장까지 이끌고 있다.
16년 전인 2009년에 처음으로 한국에서는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을 첨복단지로 지정했다. 최근 다시 정부가 첨복단지의 신규 지정을 논의하며 국가 종합계획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에 나선 지방 정부는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지만 첨복단지의 본질은 개별 산업의 특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서 사업화까지 전 과정의 ‘속도’와 ‘연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구를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도시로서, 글로벌 임상시험·신약개발·바이오물류가 서로 집약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송도를 중심으로 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생산 시설, 인천바이오클러스터와 상급 종합병원 및 임상 네트워크 인프라 등이 이미 몰려있다. 앞으로 의료 빅데이터 활용부터 특화 R&D 영역에의 적용과 신속 제품화까지 가능한 인천은 첨복단지에 있어서 최적의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은 첨복단지가 지향하는 R&D–임상–생산–제품화에 이르는 전주기 혁신 모델을 가장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 이미 구축돼 있는 인프라는 첨복단지 선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에 첨복단지 지정은 단순한 지역 개발 경쟁보다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한 세대 이상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고, 미래 위기와 기회를 주도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 돼야 한다. 빠른 실행력과 기업·연구·임상·글로벌 네트워크가 준비된 인천에서 시작한다면, 첨복단지는 계획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혁신을 주도하며 대한민국 의료·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으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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