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기획재정부 예산 기능 분리,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정부 부처 기능을 효율화하고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대전환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 논리가 지나치게 반영되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 국가 경쟁력 약화 등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선 개편안대로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따로 떼어내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를 총리실 산하에 둘 경우 ‘예산의 정치화’가 심화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 주도 성장’에 제동장치가 풀리고 각종 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사업에 혈세를 쏟아붓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이재명 정부 4년간 국가 부채가 487조 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라살림에 더 큰 비상벨이 울릴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해 기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 일부를 합쳐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총괄하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자원 산업과 원전 수출 기능은 산업부가 계속 담당한다지만 규제 부처인 환경부에 에너지 산업 육성 정책을 맡기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자칫 기업 규제 강화와 전기 요금 인상, 에너지 안보 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금융정책과 감독을 이원화하기로 한 것도 규제 기관이 더 늘면서 금융 선진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국가의 범죄 대응 능력을 떨어뜨려 사건 처리 기간과 장기 미제 사건이 더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검찰 힘을 빼려다가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는 세상으로 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둘 경우 정권과 수사기관 간의 유착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정권 초마다 정부 조직을 이리저리 떼어내고 붙였다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은 국가 조직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맞춰 조직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면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 편익 극대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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