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구매에 제동을 걸고는 있지만 정작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 구매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다수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H20’ 칩 주문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B30A) 개발 계획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를 향한 중국 기업들의 러브콜은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정부 목표와는 정면 배치된다. 앞서 중국 정부는 H20 수출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자국 기업들을 불러모아 사용 자제령을 내렸다. 중국 보안당국은 엔비디아 반도체에 ‘킬 스위치(원격 차단)’와 ‘백도어(비인가 접근)’ 기능이 내장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겉으로는 ‘보안 우려’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화웨이·캠브리콘 등 자국산 AI칩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7월 H20 수출 재승인 후에도 선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회사들 간 지정학적 문제와 결정이 오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중국 당국의 구매 제한 조치를 지목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의 압박에도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성능 때문이다. H20 칩의 연산 능력은 주력 모델인 H100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중국산 칩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화웨이의 주력 칩인 ‘어센드 910B’는 H20 성능의 85% 수준이다. 최근 출시한 알리바바 AI 칩 역시 정확한 성능이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 전용 소프트웨어인 ‘쿠다’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는 점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자본과 기술을 집중 투입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에 따르면 중국 AI 칩 시장의 국산화 비중은 올해 46%, 2027년에는 5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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