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도비(Adobe)사의 그래픽 프로그램인 포토샵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한복(Hanbok)'을 검색하면 일본식 의상이 다수 노출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57%로 업계 1위에 해당하는 이미지 편집툴이자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전문가 90% 이상이 사용하는 유명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한국 고유문화의 인식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누리꾼들의 제보를 받아 알게 됐다"며 "어도비 본사가 운영하는 다양한 SNS 계정에 즉각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렸다.
서 교수에 따르면 어도비 포토샵 생성형 이미지에 한복'을 한국어와 영어로 검색하면 일본식 의상과 인물이 다수 노출되고 있다. 포토샵과 같은 생성형 AI는 이미지를 만들 때 웹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하게 되는데, 학습 데이터에 일본식 정보 편향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한국과 지리·문화적으로 인접한 일본의 정보를 잘못 반영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 교수는 "메일을 통해 이는 명백한 오류이니 개발자들은 어서 빨리 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왜냐하면 전 세계 많은 네티즌들이 어도비 포토샵을 사용하는데 자칫 한복 디자인을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인들이 한국 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을 두는 상황에서 우리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올바로 알리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생성형 AI의 잘못된 이미지 생성은 종종 논란이 돼 왔다. 민간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에 따르면 대부분의 생성형 AI에 '경복궁' 이미지를 요청하면 일본 오사카성과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과 Bing에서는 경복궁이 마치 강으로 둘러싸인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독도'를 검색하면 실제 이미지가 아닌 아바타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환상적인 섬으로 표현되거나 전혀 다른 섬 이미지가 나열돼 독도를 인식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복' 역시 주변에 벚꽃이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중국과 일본의 전통의상이 혼합된 형태로 생성돼 외국인들이 어떤 나라의 전통의상인지 혼동할 수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잘못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사를 축소하거나,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조기 발견과 시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편 서 교수는 어도비측 항의 메일에 한복 관련 영어 영상을 첨부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는 '한복'을 자신들의 '한푸'에서 기원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터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한복 오류를 발견하게 되면 제보해 달라"며 "최선을 다해 시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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