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매도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권 불안정에 따른 재정 확장 우려까지 겹친 일본에서 장기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일본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28%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년 만기 수익률도 오전 중 한때 2.69%까지 오르며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주요국의 국채 장기물 금리는 정부 재정 악화 우려로 급등하고 있다. 일본 장기채의 이날 상승 배경에는 정치적 요인이 더해졌다. 전날 집권 자민당이 올 7월 참의원 선거 패배에 대한 당내 검토 결과 보고 및 의원총회를 연 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조만간 물러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이시바의 리더십을 뒷받침해온 당 4역(간사장·총무회장·정조회장·선거대책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다 당내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총재 선거 조기 실시를 요구하고 나서자 이시바 총리를 향한 ‘조기 퇴장’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시바 총리의 잠재적 축출은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운 새 총리의 등장 가능성을 키운다”는 일본 트레이더들의 평가를 전하며 “여기에는 정부 지출 확대와 일본은행(BOJ)에 대한 금리 인상 중단 압력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시바 총리가 당내 반대파를 달래기 위해 정부 지출 패키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어느 쪽이든 재정 측면에서 지출 확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국채 발행을 늘려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시바 총리는 이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만나 최근의 금융시장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2월 이후 7개월 만의 만남이다. 메이지야스다연구소의 고마다 유이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시바 총리는 정치적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일본은행이 긴밀히 협력하고 시장을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환율이 정치 재료로 인해 흔들린 것을 의식한 듯 “시장이 펀더멘털에 맞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와의 소통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경제·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금리 인상을 계속해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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