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임직원들에게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기본급의 최대 1000%를 한도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 기준도 폐지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올해만 약 3조원, 1인당 1억원 넘는 성과급이 지급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삼성그룹 노조도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제도를 운영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사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2일 이재용 회장, 전영현 DS 부문장, 노태문 DX 부문장을 대상으로 현 성과급 제도의 불합리성을 고발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경제적 부가 가치)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EVA 방식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영업이익이 높아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않으면 성과급은 0원이 될 수 있고 상한선까지 존재한다"면서 "사내 게시판을 보면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지 못해 바닥에 와 있다, 어차피 안 바뀌니 받아들이자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직원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기엔 늦었지만 최소한 변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3조 4673억원(연결기준)을 올리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사상 첫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37~3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소치로만 잡아도 1인당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가능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인크루트가 조사한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은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 제도(66.7%)'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는 과거 삼성전자와 같은 'EVA(경제적 부가 가치)'였다가 내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벌어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원을 전액 반납하는 등 성과급 제도 개선에 착수해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 방식으로 바꿨다.
2023년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 사측은 직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원팀 마인드 격려금' 450만원씩을 지급하기도 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그동안 '불문율'로 여겨지던 성과급 상한제를 없애기로 합의하면서 현재 노사 협상이 진행중인 다른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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