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이 가맹점주들이 자율적으로 치킨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자율가격제’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bhc가 포문을 연 가운데 교촌이 동참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자율가격제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국내에서 가맹사업을 실제로 영위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80여개에 달한다.
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전국 교촌치킨 가맹점 중 일부 매장이 이날부터 배달앱에서의 제품 가격을 수천 원 가량 인상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339770)가 자율가격제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경기도 남부 지역 복수의 교촌 매장들은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와 ‘허니순살’, ‘반반콤보’의 판매가를 2만 5000원으로 올렸다. 공식 홈페이지상 권장소비자가격(2만 3000원)보다 2000원 높다. ‘후라이드 한마리’와 ‘양념치킨 한마리’도 공식 홈페이지 가격보다 2000원 비싸고 사이드메뉴 등은 1000원 높게 판매하고 있다. 본사 측은 점주들에게 품목당 인상 폭을 1000~2000원 선으로 제한할 것을 권유했으나 3000원 가량 가격을 올린 매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격 인상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배달 주문이 많은 치킨 특성상 앱을 통해 인근 매장 간 가격을 즉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만큼, 근거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끼리 사전에 소통하는 작업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인상 대상에서 자사 앱과 매장은 제외됐다. 통상 가맹점주들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의 높은 수수료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만큼, 대상에 제한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점주들은 “자율가격제라면 배달앱 뿐만이 아니라 모든 가격을 점주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본사에서 관여하기 어려운 테이블오더 플랫폼 등을 통해 매장 가격을 올린 사례도 있다. 특히 배달앱 뿐만이 아니라 본사가 가맹점에 부분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며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일부 교촌치킨 매장은 부분육 수급 이슈로 ‘콤보’ 메뉴의 닭다리를 기존보다 1개 줄인 3개만 제공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자율가격제는 확산되는 모양새다. 맥도날드와 맘스터치, 롯데리아, 이디야커피, 본죽 등은 배달앱 가격만 더 비싸게 책정하는 배달앱 전용 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민 등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에 대해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지만 본사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 같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배달앱에서의 가격 인상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