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현대미포(010620)의 전격적인 합병은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다. 기존 국가들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에다 미국까지 군함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군함 건조 시설이 포화 상태인 HD현대중공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7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도크는 해양플랜트 한 곳을 제외한 선박용 도크 9곳이 모두 가동되고 있다. 방산 전용 도크는 모두 국내 함정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그 밖의 상선 도크 역시 포화 상태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 군함과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중형선 도크는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커지며 세계 각국이 해군력 강화에 힘 쓰는 상황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미국의 군함 건조와 관련해 협력 요청이 늘 경우 HD현대중공업은 대응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영국의 군사 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해군 함정 신조 예산은 1120억 달러로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미국이 350억 달러로 개별 국가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미국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등이 발의되면서 신규 선박 건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눈앞의 엄청난 사업 기회를 앞두고 난관에 직면한 HD현대그룹의 눈에 띈 것이 중형선 글로벌 1위 조선 업체인 계열사 HD현대미포였다. 군함은 대체로 중형선 도크에서 만들어지는데 HD현대미포는 중형선 건조에 강점이 있다. 울산 조선소에 4기의 도크를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중형선 건조용이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한 조선사로서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HD현대미포가 갖춘 함정 건조에 적합한 사이즈의 도크와 설비 및 우수한 인적 역량을 결합해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수요가 커지는 쇄빙선 등 특수 목적선 시장에서도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한층 강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미포의 도크 중 2곳에 대해 특수선도 만들 수 있게 회사 측은 업그레이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일반 상선 건조 사업에 대해 12월 싱가포르에 투자 법인을 설립해 전문적으로 관리하게 할 방침이다. 투자액이나 방식·일정 등은 추후 이사회 결의로 결정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HD현대중공업필리핀·HD현대비나 등 해외 생산 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해외 야드를 활용해 중국 조선사들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상선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며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효율화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대형 조선사들이 최근 합병을 하면서 경쟁력을 키운 것도 자극과 함께 HD현대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S)의 합병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은 올 6월 2위 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고 사실상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마바리조선은 건조량 기준 세계 4위 조선사가 됐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목표를 37조 원으로 높여 잡았다. 방산 분야에서만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더 넓은 시장’ ‘더 강한 조선’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라며 “통합 법인 출범으로 시장 확대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뤄내 미래 조선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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